신간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오늘날의 어린이는 어디서나 '미래의 주역'으로 대접받는다. 어린이를 동반한 사람들에게는 각종 편의가 제공되고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어린이가 처음부터 이런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역사협회 회장을 지낸 피터 스턴스 조지메이슨대 역사학과 교수는 신간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삼천리 펴냄)에서 '어린이'를 세계사의 중심에 놓으며 어린이의 지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되짚는다.
세계사에서 어린이의 지위는 세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첫 변화는 수렵채집사회에서 농업사회로 넘어오면서부터였다. 농업사회에서는 어린이의 '효용'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어린이는 10대 중반이 되면 노동을 통해 가족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다. 노동력과 재산 확대라는 차원에서 어린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문명사회가 되면서 어린이들의 지위와 의무가 규정되기 시작한다. 초창기 문명은 법으로 아이들의 복종을 강조했다. 종교는 어린이를 신의 창조물로 보고 어린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으나 동시에 부모를 거스르는 불복종의 책임을 신에 대한 불복종으로 해석함으로써 복종의 명분을 강화했다.
노동과 복종이라는 아동에 대한 태도는 18∼19세기 근대 산업사회부터 달라진다. 이때부터 아동의 본분은 노동에서 학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아동이 가정 경제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농업사회와는 달리 근대적 모델에서는 이제 아동은 학교에 다녀야 하고 노동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등장한다.
20세기 말 세계화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발표되는 등 어린이의 권리와 건강, 경제적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지역에서 가난한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구걸과 성매매, 아동 매매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책은 일본의 사례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해 다룬다. 일본은 1920년대부터 장난감의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린이를 축소된 성인이 아닌 어린이 그 자체로 접근한 일본은 어린이 소비자들의 판타지 라이프(fantasy life)에 호소하는 장난감을 만들었고 오랫동안 장난감 주요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어린이의 세계사를 짚은 저자는 어린이가 '근대'의 산물이며 전근대 사회의 어린이가 자유롭지 못하고 학대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근대 유럽'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이라며 반박한다.
책을 옮긴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 책은 아동지위의 변화가 세계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문명이나 국가, 지역 간의 교류와 상호작용을 살피고 비교해 나가는 세계사적 접근은 인류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368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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