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정예화 추진…군사력 3위 평가에 군비지출은 세계 2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1일로 군 창설 90주년을 맞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세계 최강' 미국을 넘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기지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을 통해 중국군은 과거의 낙후된 군대와 노후된 무기 체계에서 탈피해 현대화, 정예화한 군의 모습을 과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열병식에 전투복을 입고 등장해 실전 전투력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강군 건설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이날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 대회 연설에서도 "전투력이 근본이며 싸움과 전쟁을 중심으로 하는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며 실전 위주의 강군 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도 이에 화답해 "중국군은 합동 전투 능력 향상을 가속할 것이며 언제든 싸워 이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이 '싸워 이길' 상대는 바로 '세계 최강' 미국을 지칭한다. 국제정세의 급변 속에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자 정치, 경제, 외교 외에 군사적으로도 미국의 패권에 본격 도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 구소련과 비교해 한 세대쯤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1990년대 들어 빠른 경제성장으로 국부(國富)가 쌓이자 막대한 자금을 국방 현대화에 투입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시진핑 체제 들어서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며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몰래 힘을 기른다)나 '화평굴기'(和平堀起·평화롭게 대국으로 일어선다) 지침은 폐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대외전략이 포용보다는 패권 추구의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주변국과의 대치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군사력의 전개가 무력과시형에서 실전전략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편전쟁으로 촉발된 굴욕의 역사를 지나 '중화부흥'이라는 '중궈멍'(中國夢) 실현의 요체가 '강군의 꿈'으로 집약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시 주석의 주도로 병력 30만 명의 감축을 통해 군 정예화를 추진 중이며 7대 군구(軍區)를 5대 전구(戰區)로 바꾸는 체계 개편과 함께 해군과 공군, 로켓군의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4년 60억 달러였던 국방예산은 2016년 현재 1천450억 달러(약 164조원)로 약 24배 불어나 미국 6천45억 달러(685조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서 있다. 일본 473억 달러(7위), 한국 338억 달러(10위)를 합친 금액의 1.8배에 달한다.
비공개 은폐성 예산도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2천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군사비 6천110억 달러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 예산은 1조444억 위안(175조원)으로 처음 1조 위안 선을 넘었다.
아울러 현재 중국의 정규군 병력은 230만명으로, 육군 85만명, 해군 23만5천명, 공군 39만8천명이며 나머지 82만명은 상당수가 로켓군 병력으로 알려져 있다. 감군 계획에 따라 30만명을 줄이더라도 미국 140만명, 러시아 100만명을 따돌리고 여전히 세계 1위다.
전투기 수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보유한 전투기들과 겨룰만한 첨단 전투기가 2천100대, 구형 전투기 1천 500대, 수송기 500대, 공중감시기·정찰기 100대 등이 있다.
미국의 F-22, F-35기에 대적할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이 지난 3월 실전 배치되기 시작했고 젠-31의 시험 비행도 완료한 상태다.
중국은 특히 '해양대국'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해군력 강화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항공모함 두척을 보유하게 된 중국해군은 구축함 24척, 유도탄 호위함 49척, 경량 호위함 9척, 상륙함 57척, 미사일함 100여 척, 해양순찰함 수백 척, 디젤잠수함 61척과 핵잠수함 5∼8척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구축하고 최신예 함대를 러시아와 나토의 분쟁지역인 발트해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육해공 3군에 이은 제4군으로 확대 편성된 로켓군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핵전력을 상징한다.
이번 건군절 열병식에서 중국 로켓군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31AG를 선보이며 근, 중, 장거리 및 지상, 해상의 면(面)·점(點) 목표물의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중국은 또 우주 탐사 분야에서 개발능력을 끌어올리며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장비 등 첨단무기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군사전문 인터넷매체 전연망(前沿網)은 지난해 군비지출·보유장비(탱크·무장헬기·군용기·항공모함·잠수함)·병력수 등을 종합한 자국의 군사력 순위를 미국, 러시아에 이은 3위로 매겼다.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도 지난 5월 인구와 육해공 전력, 자원, 국방예산 등 50개 항목을 종합한 중국의 군사력 지수가 0.0977로 미국(0.0891), 러시아(0.0963)에 이은 3위라고 평가했다.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 증강속도가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 미국이 경계하는 요인이다. 실질적 전력이 곧 러시아를 넘어 장차 10∼20년 뒤에는 미국을 넘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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