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같은 옥색 피라미드…"내부 미완성·골조 불안"
잇단 재건축·미사일 시험 둘러싸고 '중국 부실제재론' 고개
(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이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한 사이 재단장한 류경호텔을 조용히 공개했다.
류경호텔은 초현대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피라미드 형태의 105층짜리 타워로 '세계 최고층 미입주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려 30년에 걸친 수치스러운 공사 지연, 건물이 구조적으로 튼실하지 않다는 소문 끝에 재단장을 마친 류경호텔.
과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별히 아끼는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류경호텔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로켓 저력을 자랑하는 국가'라는 새로운 선전물이기는 하다.
북한은 일반인들의 류경호텔 공사장 접근을 막기 위해 바깥에 세운 벽을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 27일 허물었다.
그 결과 건물로 이어지는 넓은 두 통로와 북한이 미사일 강국이라고 선언하는 선전물이 윤곽을 나타냈다.
정전협정 체결일 다음 날 북한은 두 번째 ICBM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북한 미사일이 이제 이론적으로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체로 근거는 없었지만, 북한이 류경호텔 공사를 한 번에 완공할 계획이라는 소문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풀이 게임 같은 화두였다.
이번 작업이 오래 지연된 류경호텔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주변 부지를 더 잘 사용하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인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일단은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멍하니 서있던 류경호텔을 이용해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권력을 잡은 2011년 후반 이후 대대적인 재개발을 해왔다.
올해 4월 평양 여명거리에 70층짜리 주거건물과 여러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주요 고층건물 지역이 완성됐다.
평양에는 새 국제공항, 거대한 원자의 형태를 띤 건물이 있는 거대한 과학기술단지, 다른 많은 휴양·교육시설이 건립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건축 붐과 수백만 달러가 드는 미사일 시험에 드는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수수께끼다.
이 때문에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옥죄고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류경호텔은 멀리서 볼 때 유리 같고 옥색이 감돈다.
사업용으로 쓰일 채비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가 완전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흠결이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류경호텔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이자 북한의 건국자이며 '영원한 수령'으로 불리던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던 1987년에 시작됐다.
원래 류경호텔은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에 지은 호텔의 기록을 경신하는 세계 최고층 호텔 타이틀을 겨냥해 1989년 건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심각한 경제붕괴, 집단 굶주림 때문에 류경호텔 공사에 돈을 부을 처지가 되지 못했다.
류경호텔은 10여년 동안 부끄러운 콘크리트 껍데기 수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북한의 휴대전화 체계를 구축한 이집트의 오라스콤 그룹이 2011년 외관을 윤색하는 작업을 하는 데 돈을 보태줬다.
새로 공개된 류경호텔이 호텔이나 사무실로 쓰일 정도로 구조가 튼튼한지는 아직 의문이다. 북한 관리들은 계획이나 전망과 관련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았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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