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기대감에 투자자 몰려…전문가들 "유동자금 유입 막아야"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식을 줄 모른다.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에도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기대감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린 탓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월간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세종시 주택 가격 상승률이 0.6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0.41%), 부산(0.29%), 경기(0.24%) 등이 뒤를 이었다.
전달(1.67%)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지만 청약조정지역으로 묶이는 등 고강도 대책에도 투자 열기가 꺾이지 않는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인근 도담·어진동과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소담·보람동 등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도담동 도램마을 14단지 전용면적 112㎡(23층)가 지난달 마지막 주 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6억4천만원(9층)에서 4개월 만에 1억6천만원이나 올랐다.
소담동 새샘마을 9단지 전용면적 84㎡(26층)는 지난달 마지막 주 5억4천8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3억6천400만원(5층)에 거래되던 것이 매달 3천만원 오르면서 6개월 만에 1억8천만원 넘게 뛰었다.
수도권 '큰손' 투자자들이 몰려와 아파트 여러 채를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진 도담동 도램마을 1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한 달 만에 5천600만원이나 올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3억6천500만원에 거래됐지만 6·19 대책 바로 전인 지난달 2일부터 사흘간 전용면적 84㎡만 한꺼번에 8채나 팔렸다.
이 기간 해당 아파트는 3억8천700만원(19층)까지 거래됐고 이달 초에는 가격이 더 오르면서 4억4천300만원(19층)에 매매됐다.
수도권에서나 볼 수 있는 10억원 이상의 매물도 속속 나온다.
지난달 초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테라스 1층 110㎡ 아파트가 10억5천만원에 거래된 것을 비롯해 도담동 한림풀에버 27층 펜트하우스 148㎡와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24층 169㎡ 24층이 각각 12억원, 10억6천500만원에 팔렸다.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110㎡ 아파트 1층(테라스)의 경우 2011년 10월 분양 당시 가격이 5억5천만원이었으니, 5년 9개월 사이 분양가의 2배나 오른 셈이다.
중심상권인 새롬동, 세종시청과 터미널 인근 소담동 등은 소형 아파트도 프리미엄이 1억5천만∼2억원을 호가한다.
새롬동 금성백조 예미지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2억원까지 뛰었고, 새롬동 세종메이저시티 전용면적 59㎡와 소담동 LH펜타힐스 전용면적 59㎡ 아파트 프리미엄도 각각 1억5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새롬동 아파트의 경우 지난 4월 세종시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7천481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셋값이 폭락했지만 매매가는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에 매물이 실종되면서 이처럼 이례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요동친다.
소담동 새샘마을 3단지 전용면적 98㎡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9월만 해도 4억원(25층)에 거래됐지만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지난해 12월 4천만원이나 올랐다.
올해 초에는 매달 1건 팔리는 등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 5월 한 달 동안만 전용면적 98㎡ 아파트가 6채나 팔렸다. 거래 가격도 5억4천800만원(10층)까지 올랐다. 지난 6월 6·19 대책이 나온 직후 팔린 아파트의 거래 가격은 7억1천만원(17층)으로 정점을 찍었다.
박모 공인중개사는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대통령 탄핵 전에 한번 움직였고, 대통령 선거 바로 전에 올랐으며, 선거가 끝나고 또한번 움직였다"며 "세종청사 주변이나 금강 조망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출을 규제하는 방식의 부동산 대책은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만큼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이하인 세종시로서는 6·19 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히려 서울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에 투자자들이 세종시로 눈을 돌리면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해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통해 저금리로 인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지금처럼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선 규제 수위가 낮은 지역으로 자금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시장을 특정해 핀셋 대책으로 규제하는 게 쉽지 않다. 시장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전셋값이 저렴했던 2000년대 중반에는 대출 규제가 먹혔지만, 전셋값이 70∼80%에 육박해 갭투자가 성행하는 지금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여러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도 팔지 않거나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않는 투자세력을 직접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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