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로 미 본토까지 위협받자 조만간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We'll handle North Korea)"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강력한 대북, 대중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미국 언론매체들은 해석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중국의 기관과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무역 제재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美 의회 전문지 '더 힐'도 미 행정부가 조만간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은행이나 업체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북한의 ICBM급 2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이례적으로 거부하면서 단호한 대북, 대중 압박을 시사했다. 그는 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면서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52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 제재 방안을 협의했다. 미국 공군은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인 '미니트맨Ⅲ'을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시험 발사한다. 최대사거리 1만3천㎞로 평양까지 30분이면 도달하는 미니트맨Ⅲ 시험발사는 북한에 압도적인 ICBM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내 전·현직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레짐 체이지' 주장도 부쩍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라는 실효성 떨어지는 카드에 더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세컨더리 보이콧', 나아가 군사적 카드까지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 같다. 사실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북 제재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이처럼 악화한 데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50만t의 원유를 공급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아래서 북한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것도 중국이다. 이런 중국이 '북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다'라며 발을 빼는 것은 모순이고 궤변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위적 조치인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2차 ICBM 도발에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에 대해선 '엄중한 우려' '결연한 반대' 같은 용어를 써가며 철회를 촉구했다. 또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G2(주요 2개국) 위상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미국과의 잠재적 대결만 의식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지 못하고 핵과 미사일 문제에 중재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가 인정하는 지도국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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