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인 메카 성지순례(하지·움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치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앞으로 한 달 남은 메카 성지순례를 두고 단교 사태의 두 당사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모두 상대방이 성지순례를 정치에 이용한다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타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디가 성지순례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메카 성지순례를 하려는 카타르 국적자는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지 무조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거쳐야 하는 불이익을 뒀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성지순례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해명하지 않고 "카타르와 단교했지만 카타르 국민의 성지순례는 언제나 환영"이라는 원칙론으로 대응했다.
오히려 이튿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매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카타르 언론들이 '성지(메카·메디나)를 정치와 분리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에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장관도 "국제사회에 성지 관리를 맡기자는 것은 사우디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분노했다.
이에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같은 날 "성지를 국제사회에 맡기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면서 "걸프 지역의 단교 위기 상황에서 성지순례를 정치화하는 쪽은 사우디"라고 반박했다.
또 사우디 언론들은 지난달 30일 성지순례 기간을 맞아 비상 상황을 대비해 이달 1일부터 카타르의 항공사가 이용할 수 있는 9개 항로를 제한적으로 개방한다고 보도했으나 카타르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카타르가 정부 차원에서 카타르 국적자의 성지순례 비자 신청을 연기하면서 방해한다는 사우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카타르 종교부는 "사우디 언론의 조작된 보도를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성지순례가 정치 문제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이란과 사우디가 성지순례 절차와 안전 보장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결국 이란 국적자의 성지순례가 무산됐다.
이란은 2015년 9월 메카 성지순례 도중 벌어진 압사 참사를 문제 삼아 사우디의 관리 능력 부재를 비판하면서 안전 조치를 요구했지만 사우디는 이란이 이를 정치화해 사우디를 깎아내리는 데 이용한다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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