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노리는 케냐타 대통령 vs 야권 단일후보 오딩가 접전 전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동아프리카 케냐의 대선 유세 활동이 막판으로 접어들고 두 경쟁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케냐 대선 투표는 오는 8일 전국에서 실시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55) 현 대통령과 4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야권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72) 전 총리의 대결로 압축된다.
두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비슷한 수의 다른 종족 유권자 그룹을 보유하고 있어 초접전 승부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체 1천900만명 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마친 가운데 케냐 당국은 대선 당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8만명의 보안 병력을 전국 투표소에 배치할 예정이다.
케냐타 대통령과 그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오딩가 후보 양측은 그간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유세를 펼쳤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조차 대선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양측의 유세는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오딩가 후보가 케냐 선거관리위원회에 깊은 불신감을 드러내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야권은 여당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비난도 했다.
오딩가는 최근 유세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의 표를 지키고 선거 도둑질을 막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틀 전 케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자투표와 투표집계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위급 직원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케냐인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이 직원의 시신에서는 고문 흔적도 발견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300여Km 떨어진 우아신 기슈 카운티에서 흉기를 지닌 괴한 1명이 윌리엄 루토 부통령의 자택에 침입했다가 사살되는 일도 벌어졌다. 루토 부통령은 케냐타 대통령과 함께 선거 운동을 해 왔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선거 운동도 혼탁해지고 있다.
2007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 논란 속에 유혈사태가 벌어진 케냐 북서부 리프트 밸리 지역에서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증오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뿌려졌다. 10년전 최악의 유혈사태로 케냐에서는 1천100명이 숨지고 60만여명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
현재 케냐의 다른 곳에서도 투표에 참여하고 신변 안전도 확보하고자 도시를 떠나 시골의 고향으로 향한 유권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다수의 외국계 기업은 임시로 문을 닫았으며 일부 대사관들은 자국민들에게 케냐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달 초 지지자 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나이바샤 지역에서 유권자에 대한 협박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2013년 대선에서는 케냐타가 50.07%의 득표율로 오딩가를 약 80만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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