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질환 치료 신기술…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입력 2017-08-02 15:00   수정 2017-08-03 07:49

유전질환 치료 신기술…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종전보다 간편·대량생산 가능…한-미-오스트리아 간 특허분쟁중

세균 면역체계 응용…가이드RNA와 절단효소로 구성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등 국제연구진이 3일(한국시간) 발표한 유전질환 유전자 교정 연구에는 '크리스퍼'(CRISPR)라고 불리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쓰였다.

유전자가위는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 중 원하는 부분을 편집하는 도구다.

크리스퍼 가위는 표적(DNA 중 편집해야 할 부분)을 찾아 주는 안내자인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표적 지점을 자르는 '절단효소'로 구성된다.

이는 '크리스퍼'라고 불리는 세균의 면역체계를 응용한 것이다. 세균은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유전체 안에 바이러스의 DNA를 쌓아 뒀다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하면 이 DNA를 인지해 잘라 버린다.

이렇게 '안내'와 '절단' 기능이 짝을 이룬 세균의 면역체계에서 과학자들이 힌트를 얻어 만들어 낸 것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다.






크리스퍼 가위 이전에도 1세대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와 2세대인 '탈렌'이 있었지만, 3세대 크리스퍼 가위는 이들보다 훨씬 간편하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 유전자 연구에 널리 쓰이게 됐다.

이 중 'Cas9'이라는 절단 효소를 사용하는 '크리스퍼-Cas9'은 최근 학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전자가위로, 매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 분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크리스퍼 Cas9의 형제도 등장했다. 크리스퍼 Cas9에서 DNA를 자르는 '가위 날' 부분에 Cas9 효소 대신 Cpf1 효소를 붙인 '크리스퍼-Cpf1'이다.

크리스퍼-Cas9과 크리스퍼-Cpf1은 모두 DNA를 자르는 유전자가위지만 자르는 DNA 부위가 다르다.

Cas9 유전자가위는 DNA를 구성하는 4종류의 염기 중 구아닌(G)을 인식하고, Cpf1은 티민(T) 염기가 여러 개 모인 곳에 접근한다. 크리스퍼 Cas9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크리스퍼 Cpf1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DNA를 반듯하게 자르는 Cas9 유전자가위와 달리 Cpf1 유전자는 DNA를 '얼기설기' 자르는 등 Cas9 유전자가위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주로 질병 치료 분야다.

헌팅턴병이나 혈우병 등 유전성 난치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자른 뒤 다른 DNA로 바꿔주는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바꿔 품종을 개량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윤리 논란의 소지가 커서 먼 미래의 얘기긴 하지만, 이런 기술을 이용해 미모·장신 등 원하는 형질을 가진 '맞춤형 아기'를 낳으려는 부모가 나올 수도 있다.

사용 분야가 다양한 만큼 이를 둘러싼 특허 싸움도 치열하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오스트리아 빈 대학, 한국의 바이오기업 툴젠 등이 특허를 놓고 분쟁중이다.

주목받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올해 5월에는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생쥐의 실명(失明) 유발 유전자를 교정했더니 오히려 다른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크게 늘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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