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엇갈린 '대북 신호' 속 한미 외교장관회담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최근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로 미국 조야에서 대북 강경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대화'를 언급해 향후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 북한과 (테이블 앞에) 앉아서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나 붕괴, 선제공격 등은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직원 대상 강연이나 한국 정부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같은 기본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요 매체들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잇따라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언급하면서 동북아 정세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마땅한 카드가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과 '대화'를 내세워 대북 압박에 있어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 등 다양한 이유가 반영됐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 외교 책임자로서 일단 가속화하는 강경론에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2일 "미국 내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들이 나오는 상황에 국무장관이 나와서 분명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일단 틸러슨 장관이 브리핑에서 대북 '압박' 뿐만이 아닌 '관여' 기조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만 만큼, 당장 미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사이 격화한 갈등 양상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틸러슨 장관의 '대화' 언급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베를린구상'의 동력은 유지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구체적인 한미간 대북 정책 조율의 결과가 주목된다.
물론 틸러슨 장관의 언급에도 여전히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틸러슨의 '대화' 언급이 나온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의 언급도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이런 엇갈린 신호 속에 오는 7∼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열릴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당분간 양국의 대북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에 대한 억제 전략은 물론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대화로 복귀시킬 공동의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ARF에서의 한미 외교수장간 논의는 최근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를 불식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정부는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면서 "ARF에서도 북핵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아직 미국 내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점차 임계점에 다다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ARF 계기 회담이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고위급전략협의체 등을 통해 세세한 대북 정책을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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