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규정된 '치안업무 보조'를 넘어 치안 본연의 임무 맡긴 것"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의무경찰(의경)을 제일선에 배치해 진압 업무를 맡기는 관행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현역 의경 부모인 박모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경찰청장에게 집회·시위 현장에서 의경 경력배치 관행과 운영 전반에 대해 적절한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있었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의경기동대는 직업 경찰관들로 구성된 경찰관기동대와 나란히 제일선에 배치됐다.
이 기간 집회 현장에서 다친 의경은 17명으로 경찰관기동대 부상자(7명)의 배 이상이었다.
경찰관기동대 소속 경찰은 대규모 집회 과정에서의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을 받았지만, 의경들은 특박 1일 외에는 별다른 보상이 없었다.
실제 인권위가 접촉한 의경들도 "의경이 시위 현장 제일선에 배치되는 것은 부당하지만 직접 진정은 못 했다", "의경이 현장 버스 지붕 위에 올라가 진압하는 사례도 있다", "의경에게 시위진압 업무를 맡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정당한 보상이라도 해주기 바란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의경이 집회·시위 현장에 배치돼 진압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며 경찰 병력 배치는 의경기동대와 경찰관기동대를 현장 상황에 맞게 혼성 운용하는 것"이라며 "경찰관기동대 숫자가 적어 불가피하게 의경기동대가 시위대와 직접 접촉할 수도 있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의경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직업경찰을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이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제일선 시위진압 업무는 '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경의 임무로 규정된 '치안업무 보조'의 수준을 넘어 '치안업무 본연의 임무'에 해당하므로 부당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의경이 시위진압에 동원되면서도 직업경찰관과 같은 적절한 보상을 부여받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헌법이 보장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의경과 마찬가지로 군입대를 대신해 복무하는 의무소방원이 화재진압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해양의경도 직접 단속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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