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대다수 전문가는 2일 발표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충분한 세수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조정은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고소득자 과세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조세 형평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그간 지적돼왔던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가는 비과세감면제도와 투자와 관련된 세액공제가 조정됐다"며 "많은 세제가 일자리 중심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 이상의 대폭의 변화는 쉽지 않다"며 "정치권에서도 이 정도의 세법개정안은 당연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법개정안으로 기대했던 세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초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렸지만 중소기업의 법인세가 내려가면서 법인세수 증가는 기대만큼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세은 소장은 "새 정부가 재원으로 제시한 178조원을 마련하는데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효과가 충분할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세수가 부족하면 적자재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면세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 세제 개편의 혜택이 고용 여력이 있는 기업 위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기용 학장은 "면세자에 속하는 48%의 중소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더라도 아무런 세금혜택이 없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 등 고용할 여력이 있는 기업에 세금혜택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 "조세 형평성 강화될 듯…임대소득 과세 강화 빠져 아쉬워"
-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이번 세제 개편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2016년 세제개편안에 비하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우선 세수효과가 약 5조5천억원에 달해 주요한 세제 변화로 판단된다. 지난해 세수효과는 3천171억원에 불과했다.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조정은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법인세는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조세 부담의 형평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도 강화하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당 및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 및 분리과세를 폐지한 것도 바람직하다.
주요한 자본소득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빠진 점은 아쉽다. 다수의 조세감면이 일몰 연장되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관련 조세감면은 실효성에 의문이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연장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소수의 과세대상만을 선별적으로 증세하고 있어 세율 구조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사실상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와 같은 변형된 형태로 존속함으로써 투자나 배당에 따라 기업이 당면한 세율은 더욱 복잡해졌다. 세율을 높이되, 세율 구조는 단순한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경제적 비효율성이 주로 높은 세율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세율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일자리 세제 방향 바람직…세수효과 부족하면 적자재정 필요"
-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충남대 교수) -
이번 세제개편을 보면 그간 지적돼왔던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가는 비과세감면제도와 투자와 관련된 세액공제가 조정됐다. 많은 세제가 일자리 중심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중소기업 서민을 대상으로 한 비과세 감면이 도입됐지만 일자리와 중소기업·서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조정이 돼서 방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자 대기업 증세는 공평과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중소기업 고용증대세제는 감면 한도를 설정하면서 고용을 늘리면 혜택을 보도록 했는데 아주 신중하고 미묘하게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과감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지금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대폭의 변화는 어렵다. 정치권에서도 이 정도의 세법개정안은 당연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새 정부가 재원으로 제시한 178조원을 마련하는데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효과가 충분할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2년간 자연증세가 컸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이 모자란다고 해도 지금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적자재정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자연증세가 예상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세수를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적자재정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정부의 지출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다. 복지는 늘리되 다른 부분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면세대상 많아 중견·대기업에 혜택 집중될 수도"
-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 (전 한국세무학회장) -
일자리 창출 세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2016년에 우리나라 법인 중 48%가 면세자이고 0.3%인 2천224개 기업이 74%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2015년 취업자 중 91%가 300명 이하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각종 고용창출 세제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우려된다. 즉 면세자에 속하는 48%의 중소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더라도 아무런 세금혜택이 없게 될 것이다.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 등 고용할 여력이 있는 기업만 세금혜택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
초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렸지만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법인세가 내려감으로써 총 법인세수의 증가는 기대한 만큼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 R&D(연구개발) 투자세액공제, 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은 미래수익창출을 위한 국제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축소조정은 신중해야 한다.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일감 몰아주기, 가업상속공제 등의 강화는 조세 공평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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