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부인·아들도 제헌의원 당선…베네수엘라 사태 점입가경

입력 2017-08-02 16:26  

마두로 부인·아들도 제헌의원 당선…베네수엘라 사태 점입가경

투표율 논란 제기에 야권 지도자 기습체포까지…정부, 제헌의회 소집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개헌 권한 등을 지닌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도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AF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헌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545명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에르네스토 마두로 게라(27)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60)도 포함됐다고 1일 보도했다.

'니콜라시토'(작은 니콜라스)로 불리는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은 본래 경제학자다. 국립영화협회장과 대통령 특사 등을 지냈고 대통령궁 직속 반부패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부친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사회혁명에 헌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조기 대선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자 개헌 권한을 지닌 제헌의회 구성을 추진했다.

야당은 개헌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제헌의회가 의회와 언론을 무력화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 제헌의회 선거에 불참했다.

투표 당일 반정부 시위대와 당국 간 유혈충돌까지 벌어졌으나 투표에는 808만9천320명이 참가해 투표율 41.5%를 기록했다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지난 4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 등 혼란 속에 사망자는 125명을 넘어섰지만,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은 높은 투표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선관위 내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선거 당일 오후 5시 30분까지 투표자는 372만465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1만4천515개 투표소에서 치러진 이날 선거는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시간이 연장된 곳도 몇몇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시간 투표자가 두 배를 기록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을 낳는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당국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보당국이 새벽에 유력 야권지도자인 레오폴도 로페스(46)와 안토니오 레데스마(46) 전 카라카스 시장을 기습 체포한 것도 반정부 여론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2014년 반정부 시위에서 폭력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바 있으며, 이후 수감생활을 하다 가택연금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이에 전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한 미국은 비난 수위를 높이며 연일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를 규탄한다"며 "로페스와 레데스마는 정권에 의해 불법적으로 구금된 정치 포로다. 마두로 대통령은 체포된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제헌의회 소집을 예고했다.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은 새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몇 시간 이내에" 소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사미 부통령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 정확한 시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545명의 제헌 의원들이 곧 국가권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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