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연말까지 59곳 '사칙' 등 조사…내년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연말까지 시내 대학 기숙사 59곳에 대해 국내 최초로 인권 실태 전수조사에 나선다.
기숙사 사칙(규칙)을 꼼꼼히 따져 지나치게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이르면 내년에 '대학교 기숙사 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수조사 대상은 대학교 기숙사 40곳, 도(道)에서 운영하는 '학숙' 형식의 기숙사 6곳, 시·군이 운영하는 기숙사 13곳 등 총 59곳이다.
그동안 청년단체 등에서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기숙사 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교를 대상으로 지자체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시내 원룸 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청년들이 기숙사를 선호하지만, 벌점이나 통금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학생이 없는 방에 불시점검을 하는 사례 등 수차례 논란이 인 적이 있어 청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에는 서울대 연건기숙사에서 직원들이 주인 없는 방에 대해 '불시점검'을 벌여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또 시내 일부 여자 대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특정 심야 시간에는 아예 드나들 수 없도록 '통금' 조치를 하고 있고, 일부 대학은 여자 기숙사에만 통금 시간을 둬 차별 논란이 인 바 있다.
시는 우선 이들 기숙사의 사칙을 입수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상·벌점 기준은 공정한지, 지문 등 생체정보 수집은 적절한지, 명문화된 규정 외 '암묵적 사칙'은 없는지 살펴본다.
또 기숙사 학생 자치 기구 등과 협력해 실제로 거주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면접 조사를 벌여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한다.
군대식 점호·불시 점검·외박 제한뿐 아니라 기숙사 내 소모임을 만들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는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 학생 자치기구가 독립성과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따져본다.
시는 이 밖에도 기숙사 행정이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지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일수록 경제적 문제 등으로 기숙사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는 연내 전수조사를 마친 뒤 내년 초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한발 더 나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숙사 등 공동생활 공동체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을 '미성숙한 후기 청소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 존중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기숙사를 가꿔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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