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속 신중 답변 50회째 공판서 피고인 신문… "다시 질문해달라" 요청도
'이재용 진술 듣자' 방청객 아침부터 몰려 법정 만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일 자신의 혐의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지난 4월 7일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래 넉 달 만이다. 이번 재판은 50회째 공판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것도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 처음이다.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35분 자신의 피고인 신문 차례가 되자 편의상 재판부를 마주 보는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 가운데 마지막 순서였다.
구속 상태지만 매번 사복을 입고 나온 이 부회장은 이날도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불리한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자 "네"라고 답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날 공동 피고인인 최지성 전 그룹 미래전략실장이 신문 받을 때만 해도 가끔 턱을 괴는 등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본인이 직접 질문을 받게 되자 평소의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신문 초반 긴장한 듯 헛기침을 하거나, 특검 질문을 놓쳐 "다시 질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상황에 적응한 듯 이후 특검 질문엔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그룹이나 미래전략실 내에서 자신의 지위·위치를 묻는 특검 질문엔 "저는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며 "다만 제 자신이 삼성전자 일을 계속 해왔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다른 계열사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은 조금 늘었다"고 대답에 뜸을 들이기도 했다.
한편 재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은 이 부회장의 육성 진술을 들으려는 방청객과 취재진, 삼성 관계자들로 만원을 이뤘다. 외신 기자들까지 몰리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일반 방청객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날 아침 6시부터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자리 쟁탈전'이 치열해 방청객들은 자체적으로 임시 대기표를 만들어 '새치기'를 막았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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