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서 주장…"정윤회·최순실 딸, 승마선수인지 몰랐다"
"승마협회 맡아달라는 朴 발언, 삼성이 규모 커서 그런 것으로 이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실체를 몰랐으므로 특검 주장처럼 특혜성·대가성 지원을 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2014년 9월 1차 독대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고 한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때부터 두 사람 간 뇌물 수수의 합의 과정이 진행됐다고 보지만, 이에 대한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과정을 진술했다.
그는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시간이 좀 지나서 확실히 기억은 못 하겠지만,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승마협회를 삼성이 좀 맡아달라, 올림픽 준비를 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에서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고 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특검이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건 이례적으로 승마에 관심을 보인 건데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당시엔 저희가 승마협회를 맡은 적도 있고, 제가 말을 탄 적도 있어서 저희가 다른 기업보다는 규모가 크니 그냥 그 정도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말에 별 뜻을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특검이 "승마협회를 맡아달라는 일반적인 말이면 독대까지 해서 요청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자 "제가 대통령과 면담한 적도 없고 정부에서 그런 요청이 어떤 형태로 오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 전까지는 (이건희) 회장님께서 다 하셨기 때문에 제가 처음이라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게 이례적인지 생각 못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면담이 '독대'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안가에서 하는 독대 같은 것과 워낙 성격이 달랐다. 5분 정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고, 갑자기 오라고 해서 회의실에서 만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등 현안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했다는 특검 논리를 반박하는 취지다.
이 부회장은 특검이 "그해 안민석 의원이 정유라가 대통령과 친해서 특혜를 받는다는 '공주승마' 의혹을 제기해서 정윤회와 최순실 딸이 승마선수라는 걸 알지 않았느냐"고 묻자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승마를 하긴 했지만, 말을 안 탄 지 25년이 넘었고 국내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며 "정윤회씨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뭐 딸이 있고 공주 승마 의혹 같은 게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부연했다.
그는 2014년 하반기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졌을 때도 정유라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다.
최태민 목사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내막은 몰랐다"고 말했고, 최씨가 비선 실세라는 얘기도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 측근으로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도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해서도 "그분은 저를 잘 안다고 그러는데 저는 이 사건을 통해 이름을 들었다. 그 전에는 모르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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