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교통사고 여파로 차에 실렸던 1억원 넘는 난이 고사했다면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2013년 8월, 싼타페 승용차를 몰고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창원 IC 인근 터널을 지나던 A씨는추돌사고를 당했다.
터널 안에서 난 사고로 급정차한 A씨의 차량을 뒤따라 오던 B씨가 뒤범퍼를 들이받은 것이다.
문제는 추돌사고 이후였다.
A씨 차량 트렁크에 실려 있던 고가의 한국란(韓國蘭) 화분들이 거치대와 함께 넘어지면서 엉망이 됐다.
일부는 흙과 함께 화분 밖으로 쏟아졌다.
A씨는 난을 살리기 위해 급히 창원의 한 난실로 옮겨 관리하도록 했으나 9종류의 난 상당수가 결국 말라죽고 말았다.
고사한 난 중에는 한 촉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었다.
A씨는 상대 차량 소유자와 실제 운전자 B씨, 자동차보험사를 상대로 1억8천96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민사4단독 박 현 판사는 B씨와 보험사가 총 7천96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은 가장 낮은 가격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총 손해액을 1억4천480만원으로 산정하고 피고들이 연대해 손해액의 55%를 지급하도록 했다.
박 판사는 "A씨는 고가의 란을 운반하면서 허술한 거치대에 화분을 고정했고 차량 후미에 고가물품을 운반한다는 표지도 없이 운행했다"며 "교통 상황을 주시하며 안전운행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가해자 책임을 55%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가해 운전자가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피해 운전자도 고가의 물품 운반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대물 피해만 발생한 경우 차량 운전자가 아닌 차량 소유자는 운행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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