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들의 역사·시티 그리너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 답사의 맛! = 홍지석 지음.
느낌표까지 찍힌 제목이 말해주듯이 우리 문화유산의 '맛'을 보는 답사기다.
미술비평가인 저자는 한국 미술사학 선구자인 우현 고유섭(1905~1944)과 근원 김용준(1904∼67) 선생의 작품을 '음미'하는 태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책은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 여주 폐사지, 서울 수성동 계곡 등을 둘러보면서 근·현대 미술사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천불천탑으로 이름난 화순 운주사를 조명한 장에서도 독일 조각가 아돌프 폰 힐데브란트의 조각론부터 황석영의 '장길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모요사. 382쪽. 1만5천500원.
▲ 풍경으로 본 동아시아 정원의 미 = 박은영 지음.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정원이 시와 그림 속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핀 책.
한국의 원정(園亭)은 있는 그대로 안기는 태도로 자연을 대하기에 소박하고 은근한 멋을 내뿜는다. 반면 인간의 의지대로 자연을 끌어들인 중국 원림(園林)은 괴기하면서도 몽환적이면서 독창성이 뛰어난 공간이다. 일본 정원(庭園)은 중국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색이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시리즈 '아시아의 미' 6번째 책이다.
서해문집. 312쪽. 1만6천 원.
▲ 시티 그리너리 = 최성용 지음.
도시생태운동가인 저자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아파트 화단에 핀 개망초와 질경이, 길가 벚나무에서 꽃가루 경단을 만드는 꿀벌 등 도시의 다양한 생명과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계절별로 소개했다.
저자는 바삐 움직이는 삶 속에서도 잠시만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아시아. 348쪽. 1만8천 원.
▲ 나쁜 짓들의 역사 = 로버트 에반스 지음. 박미경 옮김.
유머 사이트 크랙트닷컴(Cracked.com) 편집장인 저자는 술, 담배, 마약, 성매매 등 '나쁜 행동이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켰을까'라는 호기심에서 탐구를 시작했다.
책은 가령 술과 파티에 대한 욕구가 이리저리 떠돌던 인류를 한 곳에 뿌리내리게 했다고 소개한다. 농경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맥주를 만들고 모임을 열었다.
고대 에티오피아 스타일로 커피와 버터를 버무려 볼을 만들거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를 흉내 내 나흘간 굶은 뒤 보리와 치즈를 섞은 와인을 마시는 등 저자가 몸소 경험한 옛 '악덕' 실험기도 실렸다.
영인미디어. 336쪽. 1만7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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