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상공서 양국군 전투기 충돌 일촉즉발 상황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히말라야 산지의 국경분쟁으로 중국과 인도의 군 병력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이 무력과시와 국제여론전, 물밑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3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전날 인도군의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진입을 '중국 영토를 침입한 행위'로 규정하고 영토와 주권 보호를 위해 필요 조치를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장문의 성명과 함께 사진 등 증빙자료를 제시하고 양측 분쟁의 연원을 소개하면서 인도 측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지역에서 자국군의 공세적 행보를 합리화하며 국제사회 여론의 지지를 얻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16일 중국 티베트-인도 시킴-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히말라야 도카라지역에서 중국군의 도로 건설을 이유로 시작된 중국과 인도의 무장 대치는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히말라야 현지 상공에서 양국군 전투기가 충돌할뻔한 일촉즉발 상황까지 벌어진 사실을 공개했다.
신랑(新浪·시나)군사망은 최근 인도 접경의 군 부대에 신형 젠(殲)-10C 전투기를 배치했다며 최근 중국 서남 국경지대에서 레이더 빔을 쏘는 수호이(Su)-30MKI 전투기를 쫓아낸 적 있다고 전했다.
젠-10C 전투기가 티베트 지역의 정기 비행훈련 도중 갑자기 출현한 '한 국가의' Su-30MKI 전투기로부터 레이더 빔 조사(照射)를 받았다는 것이다. 통상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는 미사일 발사 태세를 갖추기 위한 도발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전투기들은 관제탑의 지휘로 지상 조기경보, 정찰 레이더의 도움을 받아 Su-30MKI를 역으로 조준했다. 도발과 관련된 증거 사진 등을 찍은 뒤에 인도 공군 소속으로 보이는 전투기를 쫓아냈다.
신랑군사망은 또 지난달 30일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젠-10C 전투기가 처음으로 공개됐다며 이들 전투기는 서남 지역의 항공병 여단 소속이라고 전했다.
군 체제 개편 전 청두(成都)군구 공군에 소속됐던 이 여단은 윈난(雲南)성에 사령부를 두고 인도와 베트남을 상대로 방공 임무를 맡고 있는데 최근 30대 가량의 젠-10C 전투기가 배치됐다.
이 부대가 티베트 시가체(日喀則), 린즈(林芝) 등의 공군기지에서 정기훈련을 벌이는 과정에서 Su-30MKI 전투기의 도발을 받았다는 것이 신랑군사망의 설명이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젠-10기는 서방 기준으로는 3세대 전투기지만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와 신형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피리(霹靂·PL)-10, 중거리 공대공 PL-15를 장착하고 스텔스 기능도 갖고 있다.
중국은 인도와의 표면적인 강성 대치 속에서도 물밑에서 대화를 계속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내달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만나게 될 샤먼(廈門)에서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양국군간 대치를 서둘러 종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양국의 외무장관은 현재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에도 참석 중이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성명에서 인도군이 현지 대치중인 병력을 400명에서 40명으로 줄였다는 점을 공개하며 "중국은 최대한 선의를 가지고 고도로 자제하며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예하이린(葉海林) 중국 사회과학원 남아시아편집부 주임은 "이번 성명은 중국이 계속 대치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입장임을 암시한다"며 양국군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두유캉(杜幼康) 푸단(復旦)대 남아시아연구센터 주임도 "양국은 분쟁 속에서도 계속 협의를 진행했고 어느 누구도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고 있다"며 "인도 정부가 국내에서 받는 압박이 철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뉴델리방송(NDTV)은 전날 국경대치 문제의 해결을 낙관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 소식통의 전언을 전하면서 양국이 모두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대치 중인 인도측 병력의 역할을 부탄군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대치병력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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