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박근혜 질책, 정유라 지원 의미로 생각 못해"

입력 2017-08-03 11:32  

이재용 "박근혜 질책, 정유라 지원 의미로 생각 못해"

"'레이저' 표현 후회…여자분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라 당황"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미흡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라는 의미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재판에 이어 이틀째 이어진 피고인 신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위한 부정 청탁과 뇌물 공여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박영수 특검팀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2차 독대 당시의 상황을 진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피고인 신문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진행됐다. 특검 신문은 어제 끝나 변호인 신문이 이뤄졌다.

그는 변호인이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승계작업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이 "특검팀은 대통령이 합병 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 현안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했느냐"고 묻자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면담 자리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마 지원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받고 정유라 지원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느냐"고 변호인이 묻자 "그렇게 생각 못 했다"고 강조했다.

최씨나 정유라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대통령의 질책을 정유라 지원으로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는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특검팀의 뇌물 공여 논리를 부인하는 입장과 맥이 닿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돌아와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는 표현으로 당시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레이저' 표현까지 써가며 질책을 받았다고 말한 건 실제 상황보다 확대해서 자신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일단 대통령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며 "다른 분들에게 한 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독대 이후 승마 지원 상황을 챙겨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실무 레벨에서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잘 지원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이틀째 진행된 이 날도 법정 방청을 하려는 이들이 몰려 진풍경을 연출했다.

거주지가 지방인 일부 방청객은 전날 귀가하지 않고 법원 청사 인근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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