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권력에 상처받은 사법 피해자들의 선한 기부

입력 2017-08-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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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권력에 상처받은 사법 피해자들의 선한 기부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삼례 3인조 사건 피해자 기부에 동참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영화 '아비정전' 중 아비의 대사)

극 중 아비(장국영)의 삶과 감정은 발 없는 새처럼 이리저리 떠돈다. 영화는 세상 풍파에 상처받은 아비를 연민의 대상으로 그려냈지만 결국 허무한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국가권력의 폭압으로 '발 없는 새'처럼 살았던 사법 피해자들이 세상을 부정하는 대신 선한 연대에 나섰다.


이른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연루된 최모(33)씨는 국가로부터 받을 형사보상금 8억4천여만원 가운데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그다.

최씨는 형사보상금 10%중 5%를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에, 나머지 5%는 진범을 잡는 데 도움을 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에게 줄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피해자들이 억울한 옥살이의 대가로 받은 형사보상금 11억4천여만원 중 10%를 기부했다.

피해자 유족과 다른 형사사건 재심 청구인들을 위해 1억원이 넘는 돈을 선뜻 기탁한 것이다.

사건 이후로 줄곧 '발 없는 새'처럼 거칠고 어려운 삶을 살았던 터라 피해자들의 기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연일 쏟아지는 어두운 뉴스 속에서 한 줄기 환한 빛처럼 희망을 안겨준 소식이다.

곤궁한 가정 형편, 허술한 초동 수사, 억울한 체포, 기나긴 옥살이, 법정 투쟁, 십수 년 만의 무죄,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

이들의 공통된 키워드다.

세상은 바람처럼 무심했지만, 이들 옆에는 '발 없는 새'를 도와줄 박준영 변호사가 있었다.

무료 변론에 나선 박 변호사는 연대의 힘을 발휘해 피해자들과 함께 결실을 얻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법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위해 그 결실 일부를 나눠주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사법 피해자들이 모은 형사보상금은 또 다른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될 것"이라며 '선한 연대'에 많은 시민의 동참을 기대했다.

이들처럼 서로 어깨를 토닥거리고 감싸 안을 때 이 땅에 다시는 사법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대는 힘이 세다.

sollens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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