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장 '한강하구 공동활용' 제안…"정치적 가치 공유 절실"
글린 포드 "북, 핵실험 중단 전제로 대화 나설 수 있을 것"
(알마티<카자흐스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알마티의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 강당에서 국제한민족재단(상임의장 이창주) 주최로 이틀째 열리고 있는 제18회 세계한민족포럼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3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제3세션에서 '국제정의와 남북한 관계, 그리고 한국 통일'이란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장동진 연세대 교수는 "남북한 주민은 한국인이라는 하나의 민족성을 역사적으로 형성해왔음에도 정치적 이념과 체제의 차이로 인해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케 하는 적대적 악순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근원적으로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최소한의 정치적 가치와 원칙의 공유 없이는 남북한 간의 신뢰 구축 자체가 불가능하고, 다행히 이뤄졌다 해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므로 남북한은 인권의 존중, 자기방어의 전쟁 외에는 어떠한 침략행위를 거부하는 원칙의 준수,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한 주민이 공적 이성을 행사할 수 있는 공론장 마련 등을 공유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열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이사장(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2012년 동·서독인들의 대화 모임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며 "역사적으로 볼 때 독일처럼 평화적이고 순조롭게 통일을 이룬 사례가 없는데도 이질적 사회체제와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진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언젠가는 겪게 될 통일 후 남북한 주민 사이의 심리적·사회적 갈등과 통합의 문제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2일 오후 제2세션 기조발제를 맡은 영국 출신의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 5선 의원은 "지금까지 평양을 5번 다녀왔으며 2주 전에도 방문했는데 북한은 여러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말문을 열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200만 명가량 살고 있는 평양에는 시장도 있어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고 고급 외제 차도 많이 눈에 띄는데 소도시로 가면 예전보다는 사정이 상당히 좋아졌지만 여전히 발전이 더디다"고 전했다. 이어 "시골에는 공장도 없고 먹을 것도 부족한데 그렇다고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은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나 당분간 핵실험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는 "당장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한 자세를 보이고 성급한 방안을 시도하려는 것은 남북관계, 특히 교류협력을 다시 과거처럼 북한에 의한 일방적인 방식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기조를 '민간 주도, 정부 지원'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제3세션에서 유영록 김포시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한강하구는 비무장지대(DMZ)와 달리 정전협정 당시 중립지역으로 규정돼 남북한 쌍방이 자유롭게 항행하고 각기 강안(江岸)에 배를 댈 수 있도록 협의했고, 이를 정전협정 세부사항을 규정한 규칙에 명시했다"면서 "정치·군사적 사안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강하구 중립지역에 대한 조사와 활용 방안을 공론화하자"고 제안했다.
김석진 경북대 교수는 통일 코리아의 기본 틀로 국가의 간섭 배제, 분권정부 재구성과 경쟁 시스템 도입, 법 앞의 평등 실현, 교육 시스템 개선과 보육 지원, 선진 문화 정착, 남북한 언어 통일 추진, 상생 자본주의 모색 등을 들고 "앞으로 대통령은 위에 거론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계한민족포럼에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회상열차' 탐방단 84명을 비롯해 국내외 및 재외동포 학자와 정치인, 각계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3일 저녁 전승민 알마티 총영사가 주최하는 환송 만찬에 참석한 뒤 4일 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