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제주 우도 북동쪽 해상서…서귀포해경, 제1호 '라이프 세이버' 선정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바다에서 조업 중 내가 위험에 처했더라도 가장 가까운 어선이 와서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가 선정한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 1호 하건조(58·경남 통영) 선장은 "뱃사람은 다른 배들 탔더라도 다 같은 한마음"이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오후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44㎞ 해상에서는 부산선적 근해대형선망 어선 K호(278t·승선원 10명)가 침수되며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강한 바람과 함께 3m 높이의 파도가 이는 가운데 K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내고서 불과 6분 만에 침몰했다.
통발어선 제2윤정호(79t·부산선적·승선원 10명)를 타고 인근 해상에 있던 하 선장은 해경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서 지체 없이 사고 해역을 향해 배를 몰았다.
하 선장은 "당시에 바다 날씨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리 배도 거센 파도 때문에 조업을 포기하고 해상에 닻을 내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30여 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하 선장은 구명보트에 탄 채 파도를 맨몸으로 맞고 있던 K호 선장 김모(59·부산)씨 등 한국인 6명과 N(42)씨 등 베트남인 2명을 발견했다.
그는 "파도가 쳐 바닷물을 뒤집어쓸 때마다 어찌나 추웠던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런 바다에 노출된 김씨 등은 위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 선장 등이 탄 제2윤정호는 구명보트로 다가가 김씨 등 8명을 한 명씩 차례로 구조하고서 해경 함정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이 사고 때 K호 선원 1명은 실종됐고 다른 1명은 해경 함정에 구조됐으나 숨졌다.
제2윤정호가 구조하러 가지 않았다면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8명의 목숨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30년간 배를 탄 그는 "안전장치를 철저히 갖추더라도 망망대해에서는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매번 조업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배가 나를 구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런 믿음이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닥치면 누구나 당연히 구조에 나섰을 것이며 그래서 모든 어민이 '라이프 세이버'로서 충분한 자격들이 있다고도 했다.
서귀포해경은 민관이 협력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2015년 7월부터 라이프 세이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간 발생한 어선 사고 중에서도 인근 어선이 구조에 나서 많은 인명을 구했으나 제2윤정호가 단일 사고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해 시행 2년 만에 제1호로 선정하게 됐다.
이재두 서귀포해경서장은 "이어도 해역까지 관할 해역이 넓어 먼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며 제2윤정호와 같이 헌신적인 라이프 세이버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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