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마항쟁 때 구속돼 고초를 겪은 뒤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반발하고 있다.
부마항쟁 고문 피해자인 정광민, 황헌규 씨는 1979년 부마항쟁 때 군사정부의 불법적인 체포·구속과 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최근 각각 5억원과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정씨가 공개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손해배상을 기각한 1, 2심 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하지 않았다고 상고심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2심 판결을 한 부산고법은 정씨가 2013년 4월 부산지법에 신청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 면소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에서 무죄를 받은 이유가 부마항쟁 당시 발효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었기 때문이지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 행위와 불법 체포·구금이 증명됐기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황씨에 대해서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국가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1, 2심 재판부의 판단은 고문 당사자의 구체적인 피해 진술을 증거 능력이 없다며 일축한 것이며 부마항쟁 이후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때 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과 같다"며 "대법원이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행 부마항쟁보상법은 부마 민주항쟁 때 시위 등으로 30일 이상 구금된 자나 재직 기간 1년 이상인 해직자 등에 국한해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많아야 수백만원에 불과하다고 부마항쟁 피해자는 지적했다.
부마항쟁 때 구속된 사람은 1천500여 명에 달하지만 10.26 사태 이후 대부분 풀려나는 바람에 30일 이상 구금자는 많지 않아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은 이는 현재 1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마항쟁 피해자 상당수는 시위 이후 전과자로 낙인 찍혀 대학에서 출학 처분을 받거나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본인을 비롯해 가족까지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종세 부산민주공원 관장은 "2014년 활동을 시작한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는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의지도 없이 올해까지인 3년의 활동기한을 사실상 허송세월했다"며 "관련자 인정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보상금을 현실화하는 등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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