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위해 부정 청탁" vs "가공의 틀…추정일 뿐"
심리 종결 앞두고 격전…대통령 현안 인식 등 놓고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검팀과 변호인단이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막판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3차례에 걸친 독대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안 해결을 청탁했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승계 작업'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며 부정 청탁은 없었다고 맞섰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현안을 인식한 것도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4일까지 양측 의견을 들은 뒤 7일 결심 공판으로 심리를 끝낼 예정이다. 선고는 2∼3주 뒤 내려질 전망이다.
◇ "경영권 승계 위한 지배구조 개편" vs "승계 구도는 가공의 틀"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공여한 배경엔 경영권 승계에 정부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이 깔렸다고 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적자로서 경영권을 승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과정에서 사적 비용은 최소화하는 대신 지배력은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본인의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의결권을 확대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 작업을 모두 마쳐도 변동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계열사 현안을 오직 이재용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왜곡하기 위해 소위 승계 작업이라는 가공의 프레임에 끼워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순환출자 고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며 특검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 "朴, 삼성 현안 인식했다" vs "경제 현안으로 본 것"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삼성그룹에 닥친 현안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7월 2차 독대 당시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 승계작업, 지배구조 개편', '이번 정부 내에 승계 문제 해결 희망' 등의 내용이 기재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검은 "단순히 삼성 현안에 대한 인식에 더해 현안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까지 외부에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대통령이 승계 작업이라는 걸 인식할 수가 없다"며 "말씀자료도 대통령이 그대로 말한 게 아니라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말씀자료는 청와대 행정관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일 뿐 삼성 측에서 현안 자료를 넘기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통령이 승계 과정을 인식하고 있었으면 특검이 '사초'라고 주장하는 안종범 수첩에 관련 기재가 있어야 하지만 하나도 없다"며 "대통령이 삼성 합병이나 순환출자 해소 문제 등을 인식한 것은 국내 기업의 경제 현안으로 인식한 것이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독대에서 부정 청탁 있었다" vs "인정할 증거 없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례의 독대를 통해 부정 청탁과 뇌물 요구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9월 1차 독대에서 묵시적 합의를 이루고 이후 2, 3차 독대를 통해 합병 지원 등 구체적 청탁이 이뤄졌다는 구조다.
특검은 진경준 전 검사장 판례를 예로 들며 공격에 나섰다. 진 전 검사장은 대한항공 서모 전 부사장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았다. 진 전 검사장은 자신이 일하던 부서에서 대한항공 내사를 종결한 직후 서씨를 만나 용역 수주를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2015년 7월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 합병은 이뤄졌지만,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등이 지속되고 있었다"며 삼성이 청탁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 등을 얘기한 건 대가를 요구한 것이라는 취지다.
특검은 "삼성의 금원 교부는 대통령의 직무권한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거나 최소한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으려는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2014년 9월 1차 독대에서 승계 작업에 대한 어떤 대화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추정들만 있을 뿐 직접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정유라의 존재를 몰랐으므로 '승마협회를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말에서 '정유라 지원'을 연결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5년 7월 독대나 작년 2월 독대에서의 부정 청탁을 인정할 증거가 없자 특검이 무리하게 2014년 9월 면담부터 양측의 뇌물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만일 2014년 9월부터 삼성이 정유라 지원을 약속했다면 2015년에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당하게 뒀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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