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분석용" 교사 해명 받아들여 징계 없어…논란 일자 "재조사하겠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남자 교사가 여고생 교실에 360도 회전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3일 경남도교육청과 창원시내 한 여자고등학교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월 21일 2학년 한 교실에서 발생했다.
해당 학급 담임이던 40대 교사는 저녁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 교탁 위 분필통 바구니에 와이파이 통신망 기능을 갖춘 카메라 1대를 학생들 몰래 설치했다.
교사가 교실을 나간 뒤 학생들 중 일부는 해당 바구니에서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바구니를 확인했다가 카메라를 발견했다.
학생들이 전원을 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로 돌아온 교사는 학생들 항의에 맞닥뜨렸다.
학생들은 "원격으로 촬영 장면을 보고 있다가 카메라가 꺼지니 교실로 들어온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일부 학생들은 카메라가 계속 설치돼 있었다면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는 장면 등이 찍힐 수도 있었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에는 별도 탈의실이 없다.
당시 교사는 교실 벽 등에 막혀 와이파이가 작동되지 않고 있어 카메라로 보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카메라 무단 설치에 사과한 것으로 교육당국은 파악했다.
이후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항의 방문도 이뤄졌지만 학교 측은 이런 사안을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그 달 말께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고서야 현장 조사에 나섰다.
학교와 도교육청은 해당 교사로부터 "카메라 테스트 차원에서 설치했다", "시험 기간이라 카메라 설치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수업 분석을 위해 360도 촬영 가능한 카메라를 구입했다"는 등 진술을 확보했다.
이런 진술은 피해 당사자인 학생·학부모 입장과는 괴리가 있는데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도 교육당국은 교사의 해명을 수긍했다.
이 때문에 사후 징계 등 조처는 현재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해당 교사는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자숙하겠다며 육아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 교장은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상적 사고 방식을 가진 교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며 "선생님 진위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측은 이 사건과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 관계자와 업무 담당자들이 선생님이 순수한 취지해서 한 행동으로 본 것 같다"며 "교사 의도야 어찌됐든 문제 있는 행동인 만큼 해당 교사 징계를 포함해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도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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