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난민 억제 위한 伊해군함 자국 해역 배치에 반발 확산(종합)

입력 2017-08-04 00:48  

리비아, 난민 억제 위한 伊해군함 자국 해역 배치에 반발 확산(종합)

하프타르 군사령관 "폭격할 것"…동부 장악 토브루크 의회 "주권 침해"

독재자 카다피 아들 "伊, 파시스트 식민시대에 향수 지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행을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불법 난민을 차단하기 위해 리비아의 영해에 자국 해군 함정을 배치하려는 이탈리아에 리비아 측의 저항이 확산하고 있다.

3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토브루크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칼리파 하프타르 군사령관은 휘하 군대에 리비아 해역에 들어오는 이탈리아 해군 함정에 대한 폭격을 명령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랍권 위성매체인 알아라비야를 인용한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일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이탈리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리비아 통합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강경한 토브루크 세력의 반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서부 트리폴리에는 사라지 총리가 이끄는 이슬람계 정부와 제헌의회가, 동부에 비이슬람계가 주류인 토브루크 정부·의회가 각각 들어서며 양분됐다.




2011년 축출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 역시 이탈리아의 해군 함정 파견에 대해 "이탈리아는 트리폴리의 해변이 로마의 식민지로 간주되던 시기인 파시스트 식민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2011년 리비아 폭격에 이탈리아 기지가 이용될 수 있도록 허용해 양국 관계를 망치더니, 이제 해군 함정을 배치해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토브루크 의회도 2일 리비아 해역에 이탈리아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내용을 담은 이탈리아 정부 결의안을 이탈리아 의회가 통과시킨 직후 "외국 해군 함정이 리비아 해역을 순찰하는 것은 리비아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의회는 이탈리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해상에서 저지된 수 만 명의 난민들을 다시 리비아로 보냄으로써 리비아에 불법난민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는 이어 유엔의 승인을 받은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사라지 총리가 이탈리아와 이 같은 거래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주 "사라지 총리가 난민 밀입국 조직 등 인신매매 조직 퇴치를 위해 우리 해군 함정을 자국에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사라지 정부는 이에 대해 주권 침해 비난이 일자 이탈리아로부터 단지 해안경비대의 훈련과 장비 지원을 받는 것에만 동의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자국 해군 함정의 리비아 해역 배치를 지중해 난민 위기의 판도를 바꿀 회심의 카드로 여겨온 이탈리아는 당초 리비아 수역에 해군 함정 6척과 최대 1천명의 군인을 파견할 방침이었으나 주권 침해를 우려한 리비아 측이 반발하자 병참 지원함과 순찰함만 파견하는 것으로 계획을 크게 축소했다.

로베르타 피노티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이탈리아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난민선의 (이탈리아로의)출발을 막기 위한 적대적인 해상 봉쇄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우선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공동 작전을 조율할 선발대를 태운 순찰함 1척을 먼저 파견했고, 시칠리아 항구를 떠는 배는 이날 오후 리비아 해역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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