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재영 기자 = "중학교 때부터 선생님 되는 걸 꿈꾸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3일 전국 시·도 교육청이 예고한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2천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전국의 교대생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교대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었고, 4년간 초등교사를 준비했는데 임용시험은 순식간에 '바늘구멍'만큼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남은 서울교대 학생들은 당황스러움과 허탈함, 분노가 섞인 대화를 했다.
4학년 윤모(22·여)씨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 부정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임용시험을 볼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중학교 때부터 교사라는 꿈 하나만 갖고 지금까지 달려왔고 학교(교대) 역시 4년간 초등교사를 육성하는 공부를 시켰다"며 "교육청도 인정한 '그들의 정책 실패'인데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3학년 송모(21)씨는 "교대는 입학 정원을 교육부가 관리하는데 (현 4학년 학생 수보다 훨씬 적은) 100여명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정책 실패"라며 "하지만 교육부에 전화하면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하고, 교육청에 물어보면 교육부 탓이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교대에는 이날 교육당국과 학교의 책임을 묻는 대자보도 붙었다.
체육교육과 소속이라고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서 "임용 적체가 심화해 예년의 10%에 가까운 인원만 선발하려 하는 것은 서울시의 교원수급정책 실패"라며 "그런데 왜 이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나.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꼬집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원 증원에 대한 희망을 품었지만 이런 희망이 더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부산교대 2학년 정모(20·여)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원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해서 선발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줄어서) 너무 놀랐다"며 "줄인 선발 인원이 2천명인데 이는 교대 4곳의 4학년 학생 수와 맞먹는 숫자"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단체행동도 예고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맹휴학과 교육부·교육청 항의방문 등 다양한 대응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교대 4학년 박모(22)씨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안지고 단지 임용대기자가 많고 학생 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러운 선발 인원 감소라고 변명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지역은 최소 선발인원이 500명은 돼야 한다"면서 "내일 조희연 교육감과 만나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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