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찰학교 291기 신임 경찰관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노기성(31) 순경은 경찰관이 되기 전 입시체육학원을 운영했다. 체대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처럼 체대에 진학하려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진로 상담도 해줬다.
학생들의 부모들은 체육을 전공하려는 자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은 이런 부모와 갈등을 빚다 결국 학업과 운동을 모두 팽개치고 범죄의 길로 빠져들기도 했다.
노 순경도 방황하는 제자들의 부모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면박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학원 선생 따위가 관여하려 드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자신이 제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러던 중 경찰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뽑는다는 사실을 알고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대학 때부터 어린 학생들을 대하는 데 익숙했고, 경찰의 권한이 더해지면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작년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노 순경 등 291기 신임 경찰관 2천273명은 이날 졸업식과 함께 8개월간 교육을 마치고 일선 치안현장에 투입된다.
졸업생들은 작년 12월2일부터 34주간 형사법, 사격, 체포술 등 각종 실무교육을 받고, 사회적 약자 배려와 인권보호 등 국정철학과 공직자 가치관에 관한 기본교육을 이수했다. 2개월간 일선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현장실습도 거쳤다.
최우수상인 경찰청장상은 노기성 순경과 김온유(27·여) 순경에게 돌아갔다.
기수마다 2천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교육받다 보니 매번 이색 졸업생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조아혜(30·여) 순경은 이전 직장에서 쌓은 외국 관련 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외사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감으로 퇴직한 전직 경찰관 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태권도, 합기도, 유도 등 도합 12단의 무도실력을 자랑하는 전용(36) 순경은 12년간 육군 장교로 근무한 뒤 경찰에 투신해 두 번째 '제복 인생'을 시작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졸업식에서 "불법과 타협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로운 사회와 활력 넘치는 현장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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