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공·수원시 '네 탓'만…주민들 "차라리 폐쇄하라"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광교신도시 공동사업 시행자인 경기도시공사와 수원시가 신도시 안에 설치한 비점오염 저감시설이 고장 난 채 1년 넘도록 방치돼 있는데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공사는 시설을 인수한 수원시가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원시는 부실한 시설을 고치겠다고 한 약속을 공사가 먼저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잘못 없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만 악취 등 각종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광교신도시 내 광교웰빙타운 한양수자인아파트 옆에는 빗물을 모아 수생식물로 정화한 뒤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인공습지가 조성돼 있다. 비점오염 저감시설의 하나다.
비점오염이란 오염원의 배출 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오염을 말하는 것으로, 도시의 경우 빗물이 하천으로 직접 흘러들어 오염시킴에 따라 이를 줄이기 위한 저감시설이 설치돼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2년 12월께 만든 광교신도시 인공습지는 지난해 7월 수원시에 인계됐다.
그러나 이때 비가 오지 않을 경우에 습지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보충하는 펌프 관련 시설(전기제어패널)이 이미 고장 나 있었지만, 수원시와 공사 누구도 즉시 고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공습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한양수자인아파트 주민들이 떠안았다.
물이 흘러나가지 못해 습지 곳곳에 생긴 웅덩이에서 모기가 전에 없이 많이 생겨났고, 썩은 웅덩이에서 나는 악취가 30여m 떨어진 아파트까지 풍겼다.
수생식물 사이로 우거진 잡초는 인공습지를 흉물스럽게 만들어 아파트 주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지난 6월 7일 "부실공사로 작년부터 인공습지가 기능을 상실한 채 장기간 방치돼 있다. 누가 보더라도 세금낭비다"라며 "차라리 인공습지를 없애고 자연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수원시에 공문으로 요청했다.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에 대한 민·관 합동감사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호관 한양수자인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인공습지가 1년 넘게 고장 난 채 방치돼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내 개선을 요청했는데도 공사와 수원시는 책임을 미루면서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며 "이런 낭비 행정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에는 폭우로 3m 높이의 습지 둑 일부가 아파트 학생들 통행로인 인공습지 옆 인도 쪽으로 무너져 아파트 주민들이 시에 복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미 수원시에 시설관리권을 인계했으므로 수원시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원시는 "시설물을 넘겨받는 대신 문제 있는 비점오염 저감시설에 대해서는 공사가 6개월 안에 수리하겠다는 보완조건을 달았는데, 공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반박했다.
시는 "인공습지뿐 아니라 광교신도시 내 비점오염 저감시설에 문제가 많아 인수인계하는데 트러블이 많았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광교신도시에 조성한 비점오염 저감시설은 총 68개로, 조성에 65억원이 투입됐다.
공사는 연합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한양수자인아파트 옆 인공습지의 고장 난 전기제어패널은 7월 31일 수리를 완료했다고 주민들에게 알렸으나, 이 펌프는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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