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수비대' 아닌 '태양계위생관'…지구와 외계 상호 간 오염 방지 임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지구 상에서 가장 거창한 직책을 들라면 '미 합중국 대통령'이라는 대답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의 '행성보호관'이야 말로 공간적으론 전 지구와 외계를 관장하고, 직무상으론 지구의 인류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은 비교 감도 안된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와선….
지상 최대의 직책인 행성보호관에 대한 나사의 모집 공고는 이미 지난달 중순 한 달 기한으로 이 기관 웹사이트에 떴으나 일반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일 나사가 트위터를 통해 모집 사실을 알리자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지구수비대' '은하수호관'등을 연상시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달아올랐다. 서방 언론들도 '나사,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행정보호관 모집' 등으로 제목을 단 기사를 보도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실제 행성보호관의 임무는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해 우주무기로 무장한 지구수비군을 지휘하는 게 아니다.
인류가 화성 등 외계 행성을 탐사·개척하는 과정에서 행성 착륙 우주선과 탐사선 등에 외계의 세균 등 유기체가 묻어 지구에 들어오거나 외계에서 채취해 지구에 들여온 암석과 지표 등의 샘플에 유기물이 섞여 들어와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막고, 거꾸로 우주인과 우주선에 묻어간 지구의 유기체가 외계 행성을 오염시키는 것도 방지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태양계위생관'인 셈이다.
나사는 모집 공고에서 "인간과 로봇의 우주 탐사 과정에서 (지구와 외계 상호 간) 유기성분과 생물학적 오염을 방지"하는 것을 행성보호관의 직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법규와 1967년의 우주조약을 비롯한 각종 우주조약과 협약에 따른 것이다.
나사는 화성 표면에서 활동할 무인 탐사선을 보낼 때 꼼꼼한 멸균 작업 후 생물체 차폐 장치에 집어넣고 이를 다시 "오븐에 굽는" 절차를 거치는데, 지구와 외계 행성 사이를 오가는 사람과 기계, 샘플 등의 완벽한 소독 도구와 방식, 절차 등을 마련하는 게 행성보호관의 역할이다.
민간 우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주선이 지구와 외계 행성 사이를 수시로 오가고, 행성이나 소행성으로부터 지구에 없거나 희귀한 광물 자원을 채취한다는 등의 계획이 점점 현실성을 띠는 상황에서 행성보호관의 이런 역할은 무장한 지구수비대 못지않게 인류의 미래에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생명체가 있을 법한 행성에서 미생물을 찾아내고 흥분하지만, 그것이 지구에서 우주선에 무단 승선한 미생물일 수도 있고, 우주에서 묻어온 세균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성행 유인 우주선이 마침내 실현돼 화성으로 가는 오랜 우주여행 도중에, 혹은 화성에 착륙한 후 우주인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 시체가 자칫 화성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고 그 결과는 본연의 화성에 대한 연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나사가 제시한 행성보호관의 계약 조건은 연봉 12만4천406 달러(1억4천만 원)-18만7천 달러. 자격은 '미국 시민과 미국 국적자'로 행성보호에 관한 최신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잦은 출장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모집 인원은 단 한 명인데, 지난 2005년부터 이 자리에 있는 캐서린 콘리를 교체하는 것인지 추가 충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 방송은 3일(현지시간)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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