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금 13억4천만원에 최고수준 급여 제안에도 지원자는 없어
'까다로운 자격 기준'에 대인관계 중시하는 中 '관시문화' 기피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을 운영할 외국 천문학자를 채용하기 위해 거액을 제안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은 지난 5월 웹사이트에 초대형 전파망원경 운영 경험이 있는 외국 천문학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대인 '구경 500m 구형 전파망원경'(FAST)의 최고운영책임자 구인 공지를 게시했다.
중국과학원은 FAST의 최고운영책임자 지원자에게 연구기금 800만 위안(약 13억4천만 원), 서양 전파망원경 최고운영책임자 수준의 급여, 주택비용 전액을 비롯한 다양한 보조금 등을 제시했다.
중국과학원은 구인 광고를 주요 국제 연구직 사이트에 게시하고 과학계 고참 과학자들을 통해 구인 공지를 전파했지만, 지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과학원 인사부 직원은 구인 사이트를 자주 검색하지 않는 고급 연구원들에게 제안을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현재 많은 어려움에 부닥쳤다며 구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천문학자들이 FAST의 최고운영책임자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까다로운 자격요건과 중국 내 생활 불편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고운영책임자는 최소 20년 경력이 있어야 하며 대형 전파망원경 사업 주도 경험과 풍부한 관리 경험, 세계적 연구기관이나 대학 내 교수직이나 이에 준하는 고위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국과학기술대 왕팅구이 천문학 교수는 일단 지원 요건이 매우 엄격해 자격이 되는 이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소수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비중국계 외국 천문학자들이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누가 관측시간을 확보하고 누가 못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싸움이 최고운영책임자 직이 살얼음을 걷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특유의 대인관계인 관시(關係)가 관측 시간대 설정 등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시가 약한 외국 천문학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으며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대형 전파망원경 운영 경험이 많은 서양 과학자들의 전문지식이 중국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FAST가 작년 완공됐지만, 여전히 신호 수신기와 이동식 반사 패널 수천 개 등 핵심부품에 대한 철저한 시험과 보정이 필요한 점과 자신의 연구를 포기한 채 불규칙적으로 장시간 일할 수 있는 점, 가족이 개발이 느린 지역 중 한 곳인 구이저우(貴州)성의 산림지대에서 생활해야 하는 점 등도 외국 천문학자들이 지원을 꺼리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왕팅구이 교수는 까다로운 자격기준 때문에 극소수로 제한된 후보군과 계약 후 겪어야 할 난관을 거론하며 "과학자가 아니라 '슈퍼 히어로'를 뽑는 격"이라고 총평을 내렸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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