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산불 이어져 1명 사망…응급실 내원 환자 15% 증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반도를 덮친 기록적 열파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곳곳이 무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4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전날 사르데냐 섬의 카포 산 로렌초의 체감온도가 무려 섭씨 63도에 달하는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의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어섰다.
수도 로마 역시 3일 실제 기온 40도, 체감 온도 42도를 기록,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방불케 하는 찜통 더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양산이나 모자로 최대한 신체를 가림으로써 작열하는 뙤약볕을 피하거나, 해가 진 뒤 더위가 한풀 꺾인 시점에야 올빼미 관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중부 피렌체에서는 체감 온도가 연일 50도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우피치 미술관이 냉방 시스템 고장으로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기상청은 북부의 높은 습도와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결합하며 체감 온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며, 최소 오는 6일까지는 체감 온도 4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아스팔트가 녹아버릴 정도의 열기 속에 응급실 내원 환자도 15% 증가하는 등 노약자들의 건강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3일 이탈리아 대도시 26곳에 열파 경보 최고 등급이 발효됐다며 건강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올 들어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 1에 그치며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는 최근 이례적인 고온까지 겹치자 곳곳에 산불도 다시 타오르고 있다.
3일 중부 아브루초 주의 산토메로에서 발생한 산불로 79세의 할머니가 사망하고, 토스카나 주 그로세토 부근에서 일어난 산불로 로마에서 이탈리아 북서부 리비에라 해안을 잇는 아우렐리아 해안 고속도로 일부가 수 시간 동안 차단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이탈리아 농축산물 생산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농민단체 콜디레티는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량이 10∼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극단적 무더위로 수확 시기도 앞당겨져 롬바르디아 주의 프란치아코르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품이 있는 와인 스푸만테용 포도의 수확이 10년래 가장 이른 이날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에 비해 열흘가량 빠른 것이다.
콜디레티는 아울러 가뭄으로 인한 피해 액수를 최소 20억 유로로 추산하고 있는 가운데, 올리브 수확이 예년보다 50%, 양젖 생산도 3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젖 생산량 감소로 이탈리아의 특산품인 페코리노 치즈의 생산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