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싱가포르가 자국 내에서 활동해 온 저명한 중국 문제 전문가를 외국 정보기관과 내통한 혐의로 영구 추방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5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내무부는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LKYSPP) 후앙 징(黃靖·60) 교수와 그의 부인을 영구 추방하기로 했다.
후앙 교수는 특정 국가 정보기관 및 요원들과 함께 일해 온 "외국의 영향을 받는 요원"으로 지목됐다. 싱가포르는 그의 영주권을 취소하고 향후 입국을 불허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후앙은 대학원 내의 높은 지위를 이용해 신중하고 은밀하게 싱가포르에 해가 될 외국의 의제에 힘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유력인사들과 접촉해 이 외국과 관련한 이른바 '특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국가에 유리한 쪽으로 싱가포르의 외교정책을 뒤틀려했다는 것이다.
후앙 교수는 대학원내 고위 인사에게 편향된 정보를 흘려 자연스럽게 싱가포르 정부 내부로 흘러들게 하는 수법도 사용했다고 내무부는 주장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그가 외국 정보요원들과 협력한 정황도 파악됐다면서 "이는 체제전복 시도이자 싱가포르 국내 정치에 대한 외세개입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싱가포르 내무부는 후앙 교수의 배후에 있다는 외국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후앙 교수 부부는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원래는 중국 태생이다.
1995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중국 정치와 외교정책, 미-중 관계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펴냈으며, 미국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후앙 교수는 하버드와 스탠퍼드대에서 2014년까지 교편을 잡다가 싱가포르국립대에 합류했다.
그는 이후 러·중·일·싱가포르 러시아 극동사업 공동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 등에 중국 외교정책과 관련한 글을 주기적으로 기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은 이와 관련해 후앙 교수의 직위를 즉각 해제했다.
후앙 교수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외국의 영향을 받는 요원이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에 불과하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는) 왜 그 외국이 어디인지 밝히지 못하느냐. 미국이냐, 아니면 중국이냐"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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