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한강유람선에서 밤 지새운 장르문학 팬들

입력 2017-08-05 13:17  

한여름 밤 한강유람선에서 밤 지새운 장르문학 팬들

출판사 북스피어 주최 밤샘 '장르문학 부흥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해는 졌지만 한여름의 더운 열기는 여전했던 4일 저녁 10시 서울 한강 여의나루역 선착장. 이미 운항시간이 끝난 유람선 아라호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가 주최한 1박2일 '장르문학부흥회' 참가자들이었다.

'장르문학부흥회'는 출판계에서 기발한 마케팅 아이디어로 이름난 '마포 김사장'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가 2014년부터 매년 여름 열고 있는 행사다.

공상과학(SF)이나 미스터리, 무협, 로맨스, 판타지 등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와 편집자, 작가가 한데 어울려 강연과 공연을 즐기고 수다를 떨면서 여름밤을 보내자는 컨셉트다. 올해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한강유람선을 타고 소설가 김탁환과 장강명 등의 강연과 가수 요조의 공연을 보면서 밤을 새우는 일정으로 마련됐다. 6일 만에 모집정원 150명이 모두 찼다.

대부분 20∼30대인 참가자 중에는 SF 마니아들도 간혹 있어 보였지만 대부분은 평범하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부흥회는 밤 10시40분께 SF전문가인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교양필수 SF 두 시간 완성'을 주제로 SF 문학을 소개하는 강연이 끝나고 자정이 되자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갑판으로 올라가 배 위에서 한여름 밤 한강의 경치를 즐겼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소설가 김탁환과 장강명은 나비넥타이를 하고 직접 음료를 참석자에게 나눠줬다. 참가자들은 배 위에서 먹고 마시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불금'을 만끽했다. 강바람을 맞으며 책으로만 접했던 작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배가 40여분간 한강을 한 바퀴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오자 가수 요조가 무대에 섰다. 독립서점 주인이기도 한 요조는 책방 운영 경험담을 이야기한 뒤 기타를 치며 노래 2곡을 들려줬다.

공연이 끝나니 새벽 1시20분이 됐다. 김탁환의 강연이 시작되자 엎드려 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었다. 그러나 강연이 끝나자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고 작가는 끝까지 성실하게 답했다.

잠을 쫓기 위해 북스피어 김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장르문학 관련 퀴즈를 냈다. 마지막까지 남은 3명에게는 북스피어의 책을 원하는 만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새벽 3시30분, 가위바위보에서 져 마지막 강연자가 된 소설가 장강명이 강연을 시작했다. '사고실험으로서 장르문학 구분법'을 주제로 한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자 시계는 새벽 4시40분을 가리켰다. 언제든지 하선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장르문학부흥회는 올해 4년째다. 2014년 김 대표가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박상준 대표와 '재미있는 일'을 궁리하다 30명을 모아놓고 강연도 하고 책도 파는 행사를 기획했다. 김 대표는 "강연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다"면서 "가수도 아니고 춤을 출 수도 없어서 고민하다가 2015년에는 강원도 폐교를 빌렸다"고 설명했다.

20명이 강원도 폐교에서 텐트를 치고 자면서 술도 마시고 게임도 했다. 2016년에는 경기 파주의 교하도서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운영시간이 끝난 도서관에 50명이 모여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을 새웠다. 서가 제자리에 꽂혀 있지 않은 책을 찾는 게임을 해 100여권을 찾기도 했다.

올해도 도서관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던 김 대표의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서 유람선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고 인원도 150명으로 훌쩍 늘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김 대표가 추구했던 '재미'는 다소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5년 참가 후 이번이 두 번째라는 SF 작가 임대운(32)씨는 "적은 규모로 오붓하게 즐기는 느낌이었던 2015년에 비해서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라면서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는 만큼 매년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흥회에 처음 참여한 강유림(27)씨는 "생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긴 했지만 오히려 깊이 있는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원을 늘리다 보니 올해 행사는 망했다"면서 "내년에는 무인도를 빌려볼까 생각 중"이라면서 웃었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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