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위한 단기적 현상" 관측 우세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세를 멈추지 않아 증시 조정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가 차익실현을 위한 단기적인 현상으로 추세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주식 팔자에 나서 지난 4일까지 15거래일 중에서 12거래일에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2조3천600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이달 들어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외국인이 한국과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올해 상반기 290억 달러(32조6천억원)를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들 7개국 증시에서 지난달에 8억1천만 달러, 이달 들어 3일까지 7억5천만 달러를 각각 순매도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것은 주가 상승으로 가치평가 부담이 높아진 데다 환차손 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신흥 아시아 주가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27%로 주당순이익(EPS) 상향 조정폭(19%)을 웃돌아 전반적으로 주가 고점 부담이 커졌다.
신흥 아시아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11.8배에서 지난달 말 12.8배로 높아져 투자자들 사이에서 차익실현 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진 데는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외신들이 북한 관련 위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관련 불안감이 커지자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며 "과거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때마다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는 늘 뒤따랐다"고 분석했다.
북한 도발 뉴스 발표는 코스피 하락, 외국인의 강한 순매도,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단기 차익실현 성격이 강해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최근 IT주 고점 논란과 함께 환차익을 더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주식을 내다 팔고 있지만, 일시적인 차익실현에 그칠 것"이라며 "IT는 실적이 3∼4분기에 더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견조해 고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럽 경기 호전으로 달러가 유로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세로 갈 가능성이 크고 원화 역시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아래로 갈 수 있어 외국인 입장에선 국내 주식 투자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외국인이 신흥 아시아 주식을 1년 넘게 매도한 시기는 신흥국 통화 위험이 동반된 2011년과 2015년뿐"이라며 "지금은 신흥국 통화가 안정된 데다 기업 이익 전망도 양호해 외국인이 추세적인 매도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 북한 도발 이후 부정적인 현상은 10거래일 내에 이벤트 발생 전으로 회귀하는 성향이 짙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국인은 열흘 이후까지 좀 더 매도세를 지속하다 매매패턴을 전환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은 신흥 아시아 증시의 가치평가 매력이 높아지는 다음 달 초께 매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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