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루프서 첫 개인전 11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홍성혜 작가의 신작 '빌드 포 펀'(Build for fun)은 점·선·면·색을 중시하는 추상회화 작품처럼 보인다.
물감이 흐른 흔적의 정체는 사실 색테이프를 늘어뜨린 것이다.
작가는 색종이와 테이프, 박스, 천, 줄 등 온갖 잡동사니를 늘어놓은 뒤 이를 촬영해 전시장에 내걸었다.
보는 이가 평면회화로 오인하게 되는 것은 물건들 사이에 입체감이 생기지 않도록 배치한 덕분이다.
'빌드 포 펀'은 추상미술이 대단한 장르로 평가받고 그 작품이 시장에서도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현실을 겨냥한 사진 작업 시리즈 중의 하나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전시공간인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작가의 첫 개인전 '오인(誤認)-잘못 보거나 잘못 생각함'이 11일부터 열린다.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영상세대인 작가는 우리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광고를 특히 주목해 왔다.
우리에게 일종의 '이상'처럼 각인된 풍요롭고 여유롭고 세련된 삶의 이미지들은 1950년대, 1960년대 미국의 광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전시는 광고 속 욕망을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오인'하며 사는 우리네 삶과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비춘다.
작가는 색채와 구도 등 광고의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설치·사진 작업을 완성했다.
"추상미술처럼 조성된 화면은 작가가 산 싸구려 기성제품 또는 버려진 물건들로 구성됐다는 역설을 통해 자본과 미학적 엘리티즘이 만들어낸 허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후기자본주의사회 소비자로서 사들인 기성제품으로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흉내 낸 고급미술은 그저 세속의 이미지일 뿐이다."(이정아 큐레이터)
이번 전시에는 사진 작업 아니라 드로잉과 회화, 영상 작품도 나왔다.
마임 예술가가 허공에 가상의 레고를 쌓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작 '메모리 세트'는 광고가 심어놓은 환상의 세계와 우리의 삶을 동일시하는 행태를 겨냥한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문의 ☎ 02-3141-1377.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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