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홈런 힘입어 LG 2-1로 꺾고 6연승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주연한 영화 '레이더스'(1981년)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무시무시한 칼춤을 추며 위협하는 적을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냥 들고 있던 총으로 쏴버리는 장면이다.
참으로 싱거운 장면인데,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승리를 안긴 김재환의 결정적인 홈런 한 방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김재환은 1-1로 맞선 9회 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8회 말 동점을 만든 LG는 좌타자 김재환을 겨냥해 좌투수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의 분위기는 LG 쪽으로 넘어온 상황이었다.
LG는 0-0이던 8회 초 유격수 황목치승의 송구 실책으로 뼈아픈 실점을 허용했으나 공수교대 후 곧바로 1점을 뽑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그것도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 때 상대 투수의 송구 미스로 기회를 이어가 동점을 만들었다.
LG는 계속된 2사 1, 2루에서 강승호가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깊숙한 공에 맞아 사구로 출루하는 듯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공이 배트에 맞은 것으로 판단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심판진의 비디오 판독을 기다리는 동안 LG 응원석은 두산 선수들의 기를 눌려버리려는 듯 응원의 열기를 더해갔다.
결국, 다시 타석에 선 강승호가 평범한 내야 땅볼로 물러났으나 불펜의 양과 질에서는 LG가 두산에 앞서기에 LG 팬들은 역전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김재환이 그러한 희망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김재환은 진해수의 초구 직구(137㎞)에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쭉쭉 뻗어 나가 중앙 스탠드 왼편에 그대로 꽂혔다.
그야말로 벼락같은 한 방이었다. 상상하지도 않았던 급반전에 LG 팬들은 할 말을 잊었지만 두산 응원석은 한순간에 다시 뜨거워졌다.
앞서 8회 만 해도 그 1점을 얻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플레이가 전개됐지만 9회 초 1점은 공 1개와 스윙 한 번이면 충분했다.
두산은 김재환의 솔로포로 얻은 점수를 잘 지켜 2-1로 승리했다.
김재환은 시즌 27호 홈런으로 2위인 한동민(28개·SK 와이번스)을 1개 차이로 추격한 것은 물론 81타점으로 이 부문 공동 4위로 올라섰다.
김재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생각대로 공이 왔고, 생각대로 맞아서 맞는 순간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점이 많다는 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더운 날 모두 지쳐 있었는데, 힘든 분위기에서 중요한 홈런으로 팀 승리를 도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팀 성적이 좋아지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 장원준이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너무 잘 던져줬다. 뒤에 나온 투수들 역시 점수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타이트한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김재환이 중심타자로서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한 방을 쳐줬다"고 활약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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