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급 미사일 추가발사 가능성 커…재래전력도 과시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시험발사에 대응한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에 맞서 크고 작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화성-14'형 미사일의 2차 시험발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아직도 제정신을 차지리 못하고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모험과 초강도 제재 책동에 매달린다면 우리는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정의의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미국은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제목의 기명 논평에서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도로 고강도 제재가 이뤄진다면 이에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유엔 결의에 담긴 대북제재의 강도에 상관없이 '북미대결전'을 주장하는 북한은 강경한 대응을 보일 것"이라며 "강대강의 대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엔 결의에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면 추가적인 ICBM급 미사일의 시험발사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1, 2차 시험발사 이후 미국 내에서 북한의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힘을 받으면서 북한 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약한 고리를 읽어낸 셈이다.
특히 재진입 기술을 보여주거나 탄두 부분에 핵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핵탄두를 발사해 재진입 후 폭발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실험은 핵미사일의 위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으로 공중폭발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나름대로 ICBM에 핵탄두 장착까지 자신들의 시간표를 가지고 가면서 협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뿐 아니라 제6차 핵실험도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이미 북한이 소형화와 경량화를 달성하고 수소탄까지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노출하길 원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제재 결의가 8월에 치러지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꺼내 들 카드가 다양해졌다"며 "8월 내내 저강도 도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맞서 다양한 미사일과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중·단거리 스커드형 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대함,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장사정포와 자행포까지 쏘면서 재래식 억제전력까지 과시하려고 할 것이라는 게 김동엽 교수의 지적이다.
앞서 지난 4일 1차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이) 독립절에 우리에게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 ICBM급 미사일 뿐 아니라 저강도 도발도 준비 중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목함지뢰사건 같은 국지적 도발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UFG훈련을 위해 한미의 전략자산이 북한을 겨냥해 전개된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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