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차익' 현혹…뉴타운 해제지역에 지역주택조합 난립

입력 2017-08-07 07:30   수정 2017-08-07 11:40

'1억원 차익' 현혹…뉴타운 해제지역에 지역주택조합 난립

노원서 10년 만에 지역주택조합 추진…동작엔 12개 조합

싼 분양가에 현혹됐다간 '평생 족쇄'…실현 가능성도 따져봐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5평으로 계약하면 차익을 1억원 이상 얻을 수 있어요. 추가 분담금이 나온다고 해봤자 2천만원 정도일 겁니다."

지난달 중순 문을 연 서울 노원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관은 평일 오후 2시인데도 방문객이 80여명 들어차 있었다.

홍보관 직원은 "로열층도 평당 내는 조합원 분담금이 1천300만원 초반대라 주변 아파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며 "벌써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설명에 열을 올렸다.

7일 서울시와 자치구들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뉴타운 해제지역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지으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분양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일반분양보다 10∼20% 싼 가격을 내세워 우후죽순으로 사업장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노원구에선 2014년 7월 뉴타운에서 해제된 4호선 당고개역 인근 상계3구역에 2천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를 짓겠다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양천구에선 목4동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1천282세대 주상복합을 짓겠다며 작년 말부터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동작구에는 12개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 모임이다. 지역주민들이 돈을 모아 아파트 지을 땅을 사고, 건축 계획을 세워 시청·구청 등 행정기관에서 승인받는 과정을 모두 스스로 처리한다.

조합이 시행사 업무를 맡기 때문에 아파트보다 싸게 분양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무주택자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유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지어지는 시·도에 6개월 이상 살았다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을 먼저 모집하고, 이들이 낸 돈(분담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특성상 조합원이 조합비리·사업 지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최악의 경우 돈만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역주민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업자' 주도로 지역주택조합을 추진하는 경우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사업계획을 놓고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많아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원구에 지역주택조합이 생긴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기존의 3개 지역주택조합은 단 한 곳도 아파트 건설에 성공하지 못했다.

2003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월계동 지역주택조합'과 '월계역 지역주택조합'은 14년 넘게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조합설립 인가를 얻고 사업계획까지 승인받은 '중계불암산 지역주택조합' 역시 토지 소유권 확보 문제로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들 조합의 조합원 180명은 분담금을 냈지만, 아파트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10년 이상을 흘려보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이 건설 예정 아파트 가구 수의 50% 이상 모이고, 아파트 건설이 예정된 부지 80%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조합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토지 95% 이상을 확보해야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토지 소유권 확보가 어려운데도 많은 지역주택조합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토지 확보, 건축 허가가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계3구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 관계자는 "이미 조합설립에 필요한 토지 이용 동의를 66% 받았으며, 2021년 12월 입주가 예상된다"고 홍보했으나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지난 6월 의정부에선 한 지역주택조합이 토지 이용 동의를 93% 확보했다며 조합원을 모집했으나 실제 부지는 14% 수준만 확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조합은 '초역세권 랜드마크 아파트'라고 광고하며 1천177명으로부터 44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 이용 동의율 75%를 채워 시작하는 재건축 사업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토지 소유권 95%를 확보해야 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며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도 소유권 95%를 확보하지 못해 포기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커진다.


지역주택조합이 아파트 동호수까지 지정해주며 계약금을 받고 있으나, 계획대로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지도 미지수다.

저층 노후주택이 밀집한 노원구 상계3구역 토지 용도는 1종 일반주거지역과 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땅의 용도지역을 모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해 25층 아파트 11개 동을 짓는다는 게 지역주택조합 추진위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원구청 관계자는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계획으로 보인다"며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에 주력하는 서울시가 토지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층 주거지에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짓는 것은 서울시 주택정책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토지 용도 변경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다"며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청년주택 등에만 다소 유연하게 용도지역을 변경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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