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가운데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이 6일 낮 필리핀 마닐라에서 나란히 비슷한 시간에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해 눈길을 모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낮 1시부터 35분간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양 장관은 굳건한 한미 공조와 대북 전략적 억제력 강화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 및 비핵화 견인을 위한 양자, 다자 차원의 다각적인 대응책을 집중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약 1시간 동안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새벽 마닐라에 도착한 리 외무상의 이번 방문 기간 첫 ARF 참가국과의 양자회담이었다.
박광혁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회담 뒤 취재진에게 "두 나라 외무상(외교장관)들은 지역정세와 쌍무(양자)관계 문제에 대해서 의견교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한국시간) 안보리가 신규 대북 제재를 채택한 상황에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각 한미와 북중이 서로 양자회담을 가진 것은 대북제재 강화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 간 전통적인 대치 국면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신규 대북제재 결의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지만, 관건이었던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차단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중간 회담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제재 압박 분위기 속에 북한 정권이 제재의 균열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결국 한국과 미국으로서는 향후 전통적인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를 깨트리고, 안보리 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성실한 이행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외교장관 회담 등 계기에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한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는 제재압박 강화에 있어서는 최악의 구도인 만큼 이를 막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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