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30㎝ 악몽' 후 "자책했으나 이겨내려 노력했다"(종합2보)

입력 2017-08-07 19:16  

김인경 '30㎝ 악몽' 후 "자책했으나 이겨내려 노력했다"(종합2보)

2012년 나비스코 18번홀 30㎝ 퍼팅 실패로 우승 헌납

슬럼프 기간 요가·명상·여행…"나 자신에 친절해지려 했다"

27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트라우마 극복…'메이저 퀸' 반열에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김인경(29)이 '30cm 퍼팅 실패'로 놓친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 우승의 한(恨)을 5년 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끝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정상에 서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위와 2타차 우승으로 5년 전의 악몽을 깨끗이 털어냈다.

김인경은 5년 전인 2012년 4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목전에 뒀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현재 ANA 인스퍼레이션의 전신인 메이저 대회다.

당시 쩡야니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김인경은 17번 홀까지 4타를 줄이며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18번 홀(파5)에서 파 세이브만 우승할 수 있었다. 마지막 홀에서도 김인경은 흔들림이 없이 30cm 거리의 파 퍼팅만을 남겨뒀다.

'메이저 퀸', '호수의 여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툭 치면 들어갈 듯했던 공은 홀 주위를 돌더니 밖으로 나왔다. 김인경은 순간 얼굴을 감싸 쥐었으나 보기를 피할 수 없었다.

김인경은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갔고, 다잡았던 우승을 헌납했다.

김인경은 당시 "그 퍼팅을 놓친 건 잘 모르겠다"며 "마크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짧은 퍼트였는데 마크를 했다.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김인경은 이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듬해 기아 클래식에서도 연장 끝에 준우승에 만족했다. 같은 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는 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도 2위에 그쳤다.

그러면서 2014년과 2015년에는 우승은커녕 톱 10에 두 번밖에 들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김인경은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30cm 악몽'을 조금이나마 벗어냈다.

자신의 6년 만의 투어 우승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앞서 2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5년 전 메이저의 한(恨)을 씻어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악몽의 나비스코' 이후 27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트라우마 극복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인경은 "2012년 실수한 이후 실망감이 컸다"며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책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코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슬럼프 기간 인도네시아에서 단식 수련을, 인도에서 요가 수련을 하기도 했다.

명상과 더불어 피아노와 기타 연주, 역사 유적지 탐방, 여행 등 골프 외 활동들도 트라우마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김인경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는 코스 안팎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며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려고 했다. 이는 큰 도움이 됐다"고 트라우마를 이겨낸 시간을 돌아봤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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