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담회서 주장…"집회·시위에 경찰력 투입 자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막대한 권한의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수사권마저 행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7일 말했다.
경찰 조직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 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전제하고 "다시 말해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해도 '정치적'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 청장은 또 "집회·시위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경찰력 투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경찰은 우발적 상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 과도한 경찰력을 배치해 왔다"면서 "경찰이 버스 옆에서 도시락을 먹고, 쪽잠을 자고, 근처 상가 화장실을 빌려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찰의 자존감이나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폭력이 수반되는 불법집회에는 당연히 시민 보호를 위한 경찰력을 투입한다"면서 "다만 그렇지 않은 현장에는 경찰력을 과감하게 빼 집회·시위를 보장하고, 그렇게 생긴 여유 인력으로 늘 인원이 부족한 지구대와 파출소 기능을 보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기능의 중심을 일선 경찰서에서 지방경찰청으로 옮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황 청장은 "우리나라 과학수사나 범인 검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대로 일선 경찰서에서 담당하면 수사 품질이 높아질 수 없다"면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요구하고, 난도가 높은 수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주요 사건이나 지능범죄 등의 수사를 지방청이 맡고, 경찰서는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민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황 청장은 경찰 내부의 소통과 자기비판을 보장하는 직장협의회 도입 추진, 지역 유지가 아닌 실제 경찰 도움이 필요한 서민들이 참여하는 협력치안 모델 개발, 부하 직원의 동향 파악 목적이 아니라 부패·비리 적발에 초점을 맞춘 감찰 문화 확립 등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황 청장은 "경찰에는 아직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가 만연하다"면서 "경찰관 개개인이 권력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잠시 경찰제복을 빌려 입은 시민이다'는 생각으로 시민을 섬겨 시민에게 존중받는 경찰 조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 출신인 황 청장은 1985년 경찰대 1기로 졸업해 경찰에 입문한 뒤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경찰대학 교수부장,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등을 지냈다.
최근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해 4일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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