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시도에 박수…기독교에 대한 이해 부족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비구니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 '산상수훈'(山上垂訓)을 놓고 종교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불(佛)제자가 예수의 가르침을 영화로 풀어냈다는 참신한 시도에 박수가 쏟아졌지만, 영화 전반에 기독교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성직자들은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모여 대해스님(58·본명 유영의)이 감독한 '산상수훈'을 관람한 뒤 '4인 4색 토크시사회'를 열었다.
천주교에서는 서강대 교수인 김용해 신부, 개신교에서는 최일도 목사, 불교에서는 마가스님, 원불교에서는 권도갑 교무가 참석했다.
먼저 마가 스님은 "대해스님을 통해 하나님이 이 자리에 오신 것 같다"며 극찬했고, 권도갑 교무는 "평소 의문을 가졌던 성경 속 내용을 공감이 가게 풀어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김용해 신부가 "인간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다. '무엇을 믿을 것이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서적 답변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반갑다"고 입을 열었다.
김 신부는 "그러나 제도 교회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영화 속 신학생들의 질문이 유아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또한 72권이나 되는 성서는 쓰인 시기와 저자가 각각 달라 일관되게 꿰뚫기 어려워서 (영화 속 성서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극중에서 신학생인 도윤(백서빈 분)과 친구들은 '하나님은 먹지 말라고 할 선악과를 왜 창조했나', '천국에 가는 게 목적이라면 얼른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질문을 주고받는다.
최일도 목사 역시 "기독교는 하나님을 절대 타자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종교"라며 "영화는 너와 내가 남이 아니라는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으로 성경을 재해석해 인간과 하나님이 하나라는 결론을 낸다. 보수적인 신자들이라면 난리가 날 대목이다. 저는 비교적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는데도 당황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극중 배우가 '모두 알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더라. 사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꼬집었다.
대해스님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성경을 읽으면서 어떤 감회를 느꼈느냐는 질문에 "성경공부를 찾아서 한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제가 성경을 찾기는 어렵다. 시간도 없고"라고 웃으며 "종교가 생긴 뒤 가르침이 생기고 성경이 있는 것 아니냐. PD에게 성경에서 '인간과 하나님이 둘이 아니다'라는 부분을 찾아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구상한 뒤 성경에서 관련 구절을 찾는 귀납적 방법을 썼다는 얘기다.
영화 '산상수훈은' 지난 6월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의 비경쟁부문인 '스펙트럼' 부문에 초청됐다. 국내 개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