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열정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하다

입력 2017-08-07 14:55  

노래·열정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하다

나주 남평중 다도분교, 실용음악 특화학교로 전학생 급증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노래와 열정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구했다.

전교생이 8명뿐인 폐교 직전에 실용음악 특화학교로 탈바꿈해 재학생 21명의 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전남 나주의 대표적 오지 중 한 곳인 다도면에 있는 남평중학교 다도분교.

18년 전인 1999년 이미 분교장으로 격하해 명맥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웠던 이 분교에 2015년 9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신입생은 단 한 명도 없고 2학년 3명에, 졸업을 앞둔 3학년 5명이 전부였던 이 학교에 대해 전남교육청은 폐교 수순을 예고했다.

그 해 다도분교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남평중학교에 부임한 변정빈(49·여)교장은 큰 고민거리를 안았다.

교육청의 방침 대로 이듬해 교문을 닫아야 할지, 아니면 더 버텨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변 교장은 교육청의 방침을 따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대로 폐교 수순을 밟는다는 것은 평생 지녔던 교육자의 양심과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변 교장은 학생을 모으는 방법으로 실용음악을 특화한 열린 예술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한 달간 다도 중학교 출신 동문을 찾아 호소하고 나주시의 지원도 부탁했다.

4천여만원의 후원금을 종잣돈으로 지난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첫 번째 다도 청소년 실용음악 캠프를 열었다.

4일간 캠프에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동참했지만 다도 분교 전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 변 교장은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토요일 방과후 학교를 열어 음악 활동을 계속 했다.


이후 지난해 말 무려 10명의 학생이 전학을 와 전교생이 13명으로 불어난 것으로 그 결실을 봤다.

올해도 주변 초등학교는 물론 광주와 전남 등에서 다도분교로 옮겨온 학생이 급증했다.

현재는 재학생이 21명으로 늘어나는 등 폐교와는 거리가 멀게 됐다.

선·후배가 함께 수업하는 복식학급도 해제되고 폐교 위기 2년 만에 3학급 완성(完成) 학교로 탈바꿈했다.

교사정원도 5명에서 9명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정식으로 교감 선생님도 모실 수 있게 됐다.

아직도 분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은 학교지만 이 학교는 50년의 역사를 지난 옛 중학교로 다시 승격할 날을 꿈꾸고 있다.

다도분교는 학교를 구했던 두 번째 음악 캠프를 7~9일 연다.

시골 작은 학교에서 꿈을 향한 청소년들의 뜨거운 열정을 '음악…댄스 그리고 이야기'로 풀어낸다.

특히 올해는 캠프 참가자 모두가 참여하는 연합 버스킹 '로드잼 밴드(road zam band)'를 선보인다.

청소년 버스킹 문화 활성화와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학생 문화를 창출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변 교장은 7일 "음악, 연극, 댄스 등 특화된 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찾아오는 다도, 전학 오는 학교'를 만들어 명실공히 명품 다도중학교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상에 대해 외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한마디를 더해 강조했다.


변 교장은 "시골 작은 마을의 정말 작은 학교에서 올망졸망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꿈을 단순한 경제논리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icep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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