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브프라임 위기 때와 비슷"…젊은층, 거액 대출받아 내집마련 안간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에서 4평짜리 초미니 아파트가 4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나갈 정도로 중국 전역의 '집값 거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체 라이선 그룹이 전날 98채의 157∼312평방피트(4.4∼8.8평) 아파트를 분양하자 1천200여 명의 수요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10대 1을 넘은 경쟁률 속에 오전 10시부터 분양을 시작한 결과 저녁 무렵에는 98채 모두 팔려나갔다.
우리나라 평(3.3㎡) 단위로 4.4평에 해당하는 157스퀘어 피트 아파트 가격은 306만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4억4천만원에 달한다.
분양업체가 9% 할인해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가격은 279만 홍콩달러(한화 약 4억 원)에 이른다.
분양받은 사람을 분석한 결과 60%가량이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였으며, 이들의 절반은 계약금을 내기 위해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25층으로 지어지는 이 아파트는 가장 큰 평형이 8.8평에 불과하며, 서울의 강북에 해당하는 까우룽(玖龍)반도의 중심지인 몽콕 지역에 세워진다.
홍콩에서는 최근 수년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나노 플랫(nano flat)'으로 불리는 이 같은 초미니 아파트의 분양이 성행하고 있다.
홍콩한인회 부회장인 찬미부동산 류병훈 대표는 "옛날에는 15평 아파트가 최소 분양면적이었으나, 집값 급등으로 젊은층이 도저히 그 정도의 아파트 구매자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됐다"며 "3∼4년 전부터는 이들의 수요에 맞춰 4평, 6평 초미니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에 처음 올라탄다는 의미로 '상차반(上車班)'으로 불리는 이들 젊은 분양 신청자들은 평소 저축한 자금에 부모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계약금을 마련한다. 이후 집값의 85∼90%를 장기 대출을 받아 갚아나간다.
홍콩에서는 7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0억 원) 이상의 아파트는 집값의 40%를 계약금으로 내야 하지만, 400만 홍콩달러(5억8천만 원) 이하 아파트는 집값의 10∼15%만 계약금으로 내면 된다.
지난달 씨티뱅크 조사 결과 최근 수년간의 집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홍콩 주민의 57%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은 물론 중국 전역의 집값 거품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집값 급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중국의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3배에 달하는 44.4%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미국의 79.5%나 일본의 62.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그 상승 속도 만으로만 따진다면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주택대출 위기 때보다 더 빠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 가계자산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며, 가계부채의 60.3%는 주택담보대출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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