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원룸·오피스텔 검색어'에 자사 서비스 우선 노출 논란

입력 2017-08-08 13:01  

네이버, '원룸·오피스텔 검색어'에 자사 서비스 우선 노출 논란

수도권 高수요 지역 모바일 검색 시 네이버 부동산 맨 먼저 노출

'검색엔진 지배력 통한 불공정' 의혹…"순수 알고리즘 판단일 뿐"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홍지인 기자 = 네이버가 모바일 검색창에서 수도권 유망 지역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검색하면 자사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가 맨 먼저 노출되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와 불공정 논란이 예상된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원룸·오피스텔은 모바일 부동산 서비스의 핵심 분야다.

네이버는 PC 부문에서 부동산 사업을 제패했지만, 모바일에서는 뚜렷한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직방·다방·한방·호갱노노 등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인기 원룸·오피스텔 키워드를 검색할 때 자사 서비스를 최상단에 보여주는 것이 불공정 행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색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활용해 자사의 모바일 부동산 서비스를 빠르게 키우고 경쟁 업체로 고객이 흘러가는 것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16개 중 15개 골든 키워드가 '네이버 퍼스트'

8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네이버 모바일 검색에서는 원룸·오피스텔과 관련한 주요 인기 검색어를 입력하면 네이버 부동산이 먼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원룸이나 오피스텔 키워드를 PC·모바일 네이버에 치면 경쟁 업체가 돈을 주고 산 검색 광고(파워링크)가 최상단에 나왔는데, 갑자기 모바일에서만 네이버 부동산이 파워링크를 누르고 윗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연합뉴스가 20∼30대 주거 수요가 높은 수도권의 8개 거점(송파구·강남역·서초동·신림·분당·판교·동탄·화정)과 원룸·오피스텔을 조합한 키워드 16개를 검색한 결과 이 중 15개 키워드에서 네이버 부동산이 맨 위에 노출됐다.

네이버 부동산의 최상위 선점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는 비교적 평균 시세가 저렴한 '신림 원룸' 1개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PC 검색에서는 '송파구 오피스텔' 등 16개 키워드 모두 파워링크가 맨 먼저 검색 결과에 노출됐다.






모바일 검색은 화면이 작아 PC보다 최상단 노출의 부각 효과가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인기 원룸·오피스텔 키워드를 칠 때 네이버 부동산이 맨 위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면 네이버 검색을 거쳐 고객을 얻는 다른 경쟁사는 그만큼 고객을 유치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5월부터 네이버 모바일 검색 결과가 명백하게 바뀌었지만 별다른 공지나 발표가 없었다. 이 변화 뒤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일평균 트래픽이 20% 이상 줄어 압박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 "검색 공정성에 우려 있어"

네이버는 PC에서 이뤄지는 아파트·상가 등 검색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모바일에서는 원룸·투룸·오피스텔 등 젊은 층 선호 매물에서 역량을 쌓은 신생 사업자들에게 고전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은 '다방' 및 '직방'과 함께 모바일 부동산 업계의 '톱 3' 위상을 갖고 있지만 사용자 수 등 면에서 독보적 주도권은 쥐지 못한 상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검색이란 지배적 플랫폼(기반 서비스)을 가진 사업자가 검색에 민감한 부동산 업종에서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면 유혹에 빠질 여지가 당연히 있다"며 "플랫폼의 중립성이나 투명성과 관련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업체가 영향력을 남용해 경쟁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조만간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 행위를 적발하면 제재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의결·시행할 예정이다.

네이버 부동산의 모바일 화면 우측에는 이런 불공정 논란을 막고자 '다른 사이트 가기' 버튼이 있지만, 이는 유명무실한 조처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목록의 상위권을 국토교통부 부동산 포털이나 법원 경매 정보 등의 공공 서비스, 네이버 부동산에 입점한 정보 업체(일명 CP)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바일 부동산 시장에서 네이버와 경쟁하는 주요 업체의 링크는 목록 첫 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경쟁 부동산 서비스로의 선택 경로를 제공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의 (노출) 위치를 정하는 랭킹 알고리즘(순위 논리체계)에 기초해 특정 키워드에 대해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여준다. 키워드가 바뀌면 네이버 부동산의 노출 위치도 바뀌는 만큼 자사 서비스를 부당하게 우대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용자가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느냐에 따라 자사·타사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최적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이트 가기' 버튼으로 노출되는 목록도 네이버의 검색 랭킹 알고리즘에 따라 네이버를 제외한 주요 부동산 사이트를 나열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 "모바일 공정성, 네이버 의지에 달려"

네이버 부동산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조사할 당시 불공정 우려 등 문제가 지적돼 2014년 초 시정 조처를 받았다.

검색 지배력 남용을 막고자 네이버 부동산이 자사의 유료 서비스라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경쟁 업체로 넘어가는 링크 버튼을 달기로 한 것이다.

단 해당 조처는 PC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 현재 인터넷 활동의 중심이 된 모바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모바일 검색의 지배력이 부동산 사업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은 전적으로 네이버의 의지와 자율적 규제에 의존해야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작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PC 부문이 53.8%, 모바일이 56.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라이벌 포털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PC가 22.0%, 모바일 20.9%였다.

네이버 부동산은 외형적으로 '부동산 114'와 '스피드공실' 등 CP 10곳이 입점해 매물을 노출하는 '오픈 플랫폼'(개방형 서비스)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운영만 할 뿐 매물 관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네이버 부동산이 네이버 자체 사업으로서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는 평이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CP를 거쳐 매물을 노출할 때 네이버에 일정 금액을 내는 데다, CP 선정권과 매물 노출 순위를 결정할 권한이 네이버에 있기 때문이다.

tae@yna.co.kr, ljungber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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