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설계사 보호입법 추진 부작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생명보험업계 설계사들의 월평균 소득이 정규직 근로자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이런 점 등을 포함해 설계사들이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와 처지가 다르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에 설계사들을 포함하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보험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년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317만원, 손해보험업계는 25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 기준 2015년도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인 242만원보다 많았다. 특히 생보업계 설계사는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277만원)보다 높았다.
고용노동부의 고시기준을 보더라도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이 다른 특수고용직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생보 설계사가 262만원으로 9개 특수고용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고, 손보 설계사는 218만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노동부의 고시기준은 산업재해보험의 보험료와 보험급여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 임금이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의 월평균 소득이 높아 다른 특수고용직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재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면 설계사들의 실질적인 보호 수준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험회사는 설계사가 단체보험과 산재보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단체보험 가입자가 94.5%이고, 산재보험 가입자는 5.5%에 그쳤다.
이는 단체보험이 업무와 관련 없이 발생한 질병과 사고를 보장해주며 회사가 보험료를 100% 부담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업무상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대해서만 보장하고 설계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한다.
보험연구원이 2013년 8월에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사의 75.7%가 단체보험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고용보험 적용의 의무화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아 보험료만 내고서 혜택을 못 받는 설계사들이 양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설계사가 자영업자로서 고용보험의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1년 이상 내야 하는 기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설계사를 그만둔 10만3천87명 중 경력이 1년 미만인 이들이 29.9%에 달했다. 고용보험이 의무화하면 이들은 보험료만 내고서 정착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설계사들의 높은 월평균 소득에는 '평균의 함정'이 존재한다.
생명보험협회가 업계 전속 보험설계사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이하인 설계사가 17.1%,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는 10.8%나 됐다.
지난해 생보업계 전속 설계사의 27.9%가 당시 최저임금인 126만270원도 못 받고 일한 셈이다.
반면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가 32.6%였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도 18.4%에 달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저소득 설계사들이 적지 않지만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이 추진되면 오히려 피해를 볼 대상이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보험회사나 독립법인대리점(GA)이 비용 부담으로 현재 40만명이 넘는 설계사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따른 판단이다.
결국 저성과자인 저소득 설계사들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돼 애초 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대상이 일자리만 잃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가 있어 보험업계에서 특수고용직의 보호입법을 추진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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