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서 北 기존입장 되풀이…"美추종 南당국 대해 언급 않겠다"
(마닐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마닐라의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다.
ARF 북한 대표단은 이날 숙소인 마닐라 뉴월드호텔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앞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리 외무상의 ARF 연설문을 공개했다.
리 외무상은 표지를 제외하고 A4용지 8페이지 분량인 연설문에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서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자면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 타격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우리는 이 길에서 최종 관문을 넘어섰으며 미 본토 전역을 우리의 사정권 안에 넣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자력자강을 생존방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적대 행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며 미국이 끝내 군사적으로 덤벼든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새로운 대북 제재를 담은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대해 "미국은 이번에 또다시 유엔안보이사회에서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새로운 제재 결의를 조작했지만 우리는 이미 강력한 후속조치로, 정의의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핵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핵무기가 이 세상에 출현한 후 전기간의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고 강변하면서 "핵을 보유하지 않은 그라나다, 파나마, 아이티,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등이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교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에서 참혹한 전락을 겪어본 우리 인민에게 있어 국가방위를 위한 강위력한 핵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정정당당한 자위적 선택인 우리의 핵 보유는 조선노동당의 병진노선으로 확고부동한 국가의 전략적 노선으로 되었다"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생존방식으로 하고 있는 일본과 남조선 당국에 대해서는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 대륙간탄도로켓 보유국"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날 숙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ARF 일정을 마치고 오후 6시 40분(한국시간 오후 7시 40분)께 숙소로 돌아온 그는 객실 쪽으로 직행했다. 그는 쇄도하는 질문 공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진을 치고 있던 50명 이상의 각국 기자들 앞을 지나갔다.
대신 대표단 대변인인 방광혁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리 외무상 연설문을 배포하면서 ARF 연설 내용 요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핵위협이, 적대시가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절대로 우리의 핵과 탄도로켓을 쉽사리 놓지 않겠으며 우리가 선택한 핵위력 강화에 대해서 단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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