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대상지인 경남 함안 말이산13호분이 일제에 의해 유린된지 100년 만에 재발굴된다.
이번 재발굴을 계기로 아라가야 관련 연구는 물론 말이산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안군은 '말이산13호분 발굴조사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열고 말이산13호분의 발굴조사·정비에 나서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자문위는 말이산13호분 봉분정상부를 중심으로 침하현상이 생기자 원인 규명과 향후 정비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세부방법과 방향설정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구성됐다.
자문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말이산13호분 발굴이 가야의 역사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사업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말이산13호분 발굴이 현재 추진 중인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기록 보존과 영상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군은 조만간 문화재청과 말이산13호분 재발굴을 위한 일정·예산 등을 논의한 뒤 구체적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2018년은 말이산13호분이 조사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국가적으로 가야사 연구복원이 주목되는 시점에서 일제강점기에 유린당한 13호분을 100년 만에 다시 발굴하게 된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굴을 계기로 아라가야 관련 새 유물이 발견되면 가야사 연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균 함안문화원장은 "이번 재발굴로 갑옷 등 새 유물이 나올 수 있으며 특히 아라가야는 대가야나 금관가야와 달리 아직 왕관이 출토되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다"며 "안타깝게도 일제 도굴 당시 기록은 전혀 알 수 없어 주요 유물의 경우 이미 일본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야사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도 기록을 찾기 힘들어 그간 출토된 일부 유물을 가지고 연구를 해온 게 현실"이라며 "이번 재발굴로 여러 유물이 발견된다면 가야사 연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이산13호분은 사적 제515호 말이산고분군의 37개 봉분 중 하나로 말이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사업 대상으로 포함돼 무분별하게 파헤쳐진 뒤 사진 몇 장과 간략한 도면만 전해졌다.
당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아 어떤 유물이 얼마만큼 발굴됐는지 지금으로써는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일제에 의해 발굴된 유물은 모두 옮겨져 현재 일본에서 보관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이후 추가적인 조사 없이 1970년대 봉분만 복원돼 현재까지 유지됐다.
아라가야 시대에 조성된 말이산고분군은 함안군 가야읍을 둘러싼 해발 68m의 야산인 말이산 52만5천여㎡에 조성됐다.
이 고분군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출토 유물이 가야시대를 대표할 만한 예술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99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의 말 갑옷이 발굴되는 등 당시 한반도 철기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이를 토대로 철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가야문명이 당시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과 교류하면서 고대 문화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군은 202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가야문화 연구복원사업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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