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中 최고흥행 영화에 '중국판 람보' 비판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히말라야 산지의 국경에서 대치 중인 인도로부터 불매운동 공격의 대상이 됐다. 주로 다른 나라를 향해 '보복'을 가해왔던 중국이 다른 나라의 불매 대상이 된 것도 보기드문 장면이다.
8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히말라야 도카라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의 무장병력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인도에서는 최근 중국 투자 기업에 대한 거부운동과 함께 반(反) 중국 언론보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당장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타깃이 됐다.
인도의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스와데시 자르간 만치(SJM)는 최근 중국산 제품 불매를 주장하며 중국 알리바바가 투자한 인도판 알리페이인 페이티엠(PayTM)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중국 환구시보가 전했다.
SJM는 또 인도 정부가 경제 및 안보 이유를 들어 중국이 이 같은 종류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바바와 페이티엠은 현재 인도 최대의 온라인 식료품업체인 빅바스켓의 지분 20%를 2억 달러에 매입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쉬와니 마하잔 SJM 공동의장은 페이티엠의 지분 대부분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인도 기업이라 할 수 없다며 "사람들에게 페이티엠 사용을 중단할 것을 전화로 알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고속철 기업인 중처(中車)가 인도 나그푸르에 공장을 설립한 것에 대해서도 인도내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SJM는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중국 기업의 인도 제조업 진출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마하잔 의장은 "중국을 포함한 너무 많은 외국자본이 인도에 쏟아져오고 있다"며 "공항을 팔아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스리랑카와 같은 상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중국에 대한 거부감은 최근 중국에서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영화 '전랑(戰狼) 2'에까지 미쳤다.
'전랑 2'는 아프리카 내전에 휘말린 중국 특수부대원이 학살 위기에 처한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한다는 영웅주의 영화로 개봉 12일만인 이날 박스오피스 34억1천500만 위안으로 지난해 '미인어'(美人魚)의 흥행기록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스'는 이 영화를 보면 중국이 뭘 할지 알 수 있다면서 "중국판 람보의 등장은 중국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세계 지배의 충동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내를 배경으로 한 전랑1과 달리 전랑2는 아프리카로 무대를 넓히며 중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자처하며 패권적 행보를 걷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극중에서 "우리 중화를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반드시 베어버리겠다"는 주인공의 발언을 소개하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지부티의 해군기지 건설을 비판했다.
히말리야 접경지대에서 인도와 두달 가까이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은 산악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하고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내며 인도군의 철군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인도내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정서를 등에 업고 반중국 목소리가 급속 확산되면서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외교적 갈등 사안에 한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민간의 애국주의 정서를 포장해 불매운동을 비롯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서슴지 않았던 중국이 인도내 최근 흐름에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국수적 민족주의를 과용하는데 대해 중국도 인도를 타산지석 삼아 역지사지의 태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랑2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우징(吳京)은 최근 영화의 영웅주의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미국 영웅은 받아들이면서 왜 내 역할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쓰고 보느냐"고 반문하며 억울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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